늦여름 화창한 날씨와 함께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4(PWRS 2024)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됐다. PWRS는 포르쉐 스포츠카 전 라인업을 트랙 위에서 직접 몰아볼 수 있어, 매년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PWRS는 포르쉐 본사에서 주관하는 만큼, 독일에서 직접 공수한 차량과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인스트럭터가 배치된다. 특히, 올해 PWRS는 911(992) GT3 RS와 718(982) 스파이더 RS 등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차량이 준비됐다. 더욱이 내년 초부터 고객 인도가 예고된 마칸 일렉트릭 4와 터보 등도 경험할 수 있어 역대 최고 라인업이란 평가다.
시작은 '브레이킹 테스트'다.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를 타고 가속 및 제동 페달을 한껏 밟았다. 런치 컨트롤을 활용한 풀 액셀 가속부터 비상등이 켜지는 풀 브레이킹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제동 거리를 매번 유지한다. 0-100km/h 2초대의 폭발적인 가속력도 놀랍지만, 세션 명칭에 걸맞게 안정적인 차체 밸런스와 신뢰할 수 있는 제동 성능은 격이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슬라럼' 세션은 718 스파이더 RS로 간단한 짐카나 코스를 공략한다. 718 스파이더 RS는 멈춰 선 상태에서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곳곳에 배치된 카본 및 에어로 파츠가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전반적인 스티어링 휠 조작에 대한 반응은 날카롭고 직관적이다. 연속된 방향 전환에도 탄력적이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다만, 가속 페달은 생각보다 더 예민하다. 운전자가 랩 타임에 욕심을 부릴수록, 차는 울컥이며 투정을 부린다.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페달을 밟아야 했다. 마냥 세 번뿐인 기회가 아쉽다.
브레이킹 테스트와 슬라럼으로 몸을 풀었다면, '핸들링' 세션에서 본격적인 서킷 주행이 이어진다. 911 GT3 RS를 비롯해 911 터보 S와 타이칸 터보, 마칸 일렉트릭 4 및 터보, 카이엔 GTS 및 터보 등을 쉼 없이 탔다.
핸들링 세션의 시작은 지난달 출시된 신형 타이칸 터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신차는 내외관 디자인만 바뀐 것이 아니라, 출력과 토크, 주행거리, 충전 속도 등 모든 부문에서 달라졌다. 특히,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 장착하고,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서킷 주행에서 이전 모델이 보다 직관적이고 거친 느낌이었다면, 신차는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민첩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췄다. 물론,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서는 거친 운전에 멀미가 살짝 올라왔다.
해당 세션의 백미는 911 GT3 RS다. 거칠지만 여유롭다. 제원상 숫자가 더 높은 차는 있지만, 대체할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은 단연 911 GT3 RS다. 직선 구간, 가속 페달 조작에 대한 즉각적인 엔진 반응과 우렁찬 배기음은 조금 더 깊게 발을 밟도록 유혹한다. 반대로 감속 시에는 제동 페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패들시프트를 당기며, 다양한 소리와 진동이 몸을 두드린다. 이어진 코너에서는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각 바퀴의 움직임과 노면을 그대로 전한다.
911 GT3 RS가 감동적이라면, 마칸 일렉트릭은 인상적이다. 포르쉐가 지향하는 전기차 퍼포먼스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시스템을 바탕으로, 롤링과 피칭 현상을 극도로 제어한다. 코너에서는 탁 트인 시야를 바탕으로 조금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으며,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매끄럽게 공략한다. 게다가 빠른 만큼이나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멈춰 선다.
이렇게 10여대의 차량을 쉼 없이 타고나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마지막 세션은 인스트럭터들이 운전하는 택시 드라이빙이다. 조수석에 앉았음에도, 운전대를 잡았을 때만큼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포르쉐를 더 경험하고 싶지만, 이내 부족한 체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포르쉐는 시대가 바뀌어도 '차가 아닌 꿈을 판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꿈을 찾고 싶다면, PWRS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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