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틀리 벤테이가 S, 더더더 좋아졌다

신승영 기자 2024-10-18 19:21:10

태양이 아직 뜨거운 햇살을 내리쬐던 날, 2024년형 벤테이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벤틀리타워를 방문했다.

2024년형 벤테이가는 기존 아주르와 S, EWB, EWB 뮬리너 등에 더해, 본질에 집중한 베이스 모델과 강렬한 블랙 에디션 등이 추가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간 차는 2억6000만원대 시작가를 가진 베이스 모델이다. 비록 머리 속이지만, 이런저런 옵션을 더해 3억원 이하에서 나만의 벤테이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승차 목록에서 베이스 모델은 제외됐고, 준비된 차량 중 추첨을 통해 배정을 받았다. 무릇 많은 이들이 벤테이가 EWB를 원하지만, 뒷좌석이 아닌 운전대를 잡는다면 선택지는 달라진다. 내심 벤테이가 S를 원했고, 당당히 S가 적힌 쪽지를 뽑았다.

벤틀리는 독보적인 장인 정신에 기반한 '궁극의 럭셔리'와 르망 등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검증된 '강력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강조한다. 100여년의 모터스포츠 헤리티지에서 유래한 고유의 스피드 DNA는 벤테이가를 포함한 전 라인업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주르가 안락한 승차감과 편안한 이동을 지향한다면, 벤테이가 S는 퍼포먼스 감성에 보다 집중한다.

벤테이가 S는 외관부터 '블랙라인 스펙'과 고성능 디자인 요소가 더해졌다. 클래식한 세로 패턴 크롬 그릴이 아닌 매쉬 타입의 블랙 그릴이 먼저 눈에 띈다.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 보면, 휠과 캐릭터 라인 등의 블랙 포인트가 한층 더 단단한 인상을 갖췄다.

실내는 퍼포먼스 콤비 그래픽 디자인이 돋보이는 디지털 클러스터가 배치됐다.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을 받은 디지털 클러스터는 우수한 시인성과 더불어 고성능 차량의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이어 고광택의 블랙 베니어와 다이나미카 소재가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특히 시트 등에 적용된 다이나미카는 친환경 소재임에도 천연 스웨이드 가죽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눈길에 따라 손길이 절로 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하게 섞였다'는 평가와는 달리 '다소 복잡하고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간결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트렌드와 비교하면, 다소 클래식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 벤테이가 S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남다른 소리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실내에는 그 소리가 정제되어 들어오기에 배기음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선 창문을 열고 달려야 한다. 도심에서는 주변에 민폐가 될 수 있기에 오히려 부드럽게 페달을 밟아야 한다.

주변 차가 줄어들고 교통 흐름이 빨라질수록 묵직한 엔진음과 강렬한 배기음이 시간차를 두고 울린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4.5초(최고속도 290km/h). 밟다보면 금세 제한 속도를 넘긴다. 의식적으로 페달에서 발을 떼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안락한 승차감과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무게 중심이 높은 SUV답지 않다. 타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처럼 여유롭고 편안하다. 거기에 구불구불한 산악 와인딩에서는 마치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특히 벤테이가 S의 스포츠 모드는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시스템의 극적인 변화를 지원한다. 육중한 덩치를 가볍게 이끄는 강력한 파워트레인도 훌륭하지만, 그 성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의 우수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능동적으로 전자식 스태빌라이저를 제어하는 액티브 롤링 컨트롤 시스템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와 에어 서스펜션은 이미 잘 알려진 비결이다. 여기에 2024년형 모델은 기존 EWB 모델에만 적용되던 전자제어식 올 휠 스티어링 기능을 기본 탑재해 고속 안전성과 민첩성을 한층 더 향상시켰다.

장시간 운전에도 불구하고, 피로함도 지루함도 없다.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가만히 여운을 느꼈다. 계속해서 완성도가 높아가는 벤테이가를 보며, '절차탁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벤틀리의 2024년형 벤테이가 S 가격은 3억750만원부터 시작한다.

신승영 sy@autocast.kr
    안녕하세요. 신승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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