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와 함께 경쾌한 주행을 원한다면, F 900 GS

2024-07-02 17:36:03

BMW모토라드에서 GS는 상징과도 같다.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며, 다루기도 쉽다. 멋진 디자인은 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특정 GS에만 국한됐다. 바로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탑재한 R GS 시리즈다. 현재 BMW 내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R 1300 GS가 해당 시리즈의 최신 버전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GS를 주목할 때가 됐다. 병렬 2기통 엔진 기반의 GS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F 900 GS다. 그동안 수평대향 2기통 엔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F 900 GS의 상품성은 출중하다. 디자인, 주행 성능, 구성 그리고 가격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주목할 만하다. 

F 900 GS를 주목할 첫 번째 이유는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이전 세대인 F 850 GS와 유사한 디자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1인치와 17인치로 설정된 앞뒤 휠 크기, 랠리 모터사이클 같은 높은 핸들바와 시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분에서 차이가 보인다. 그 중 결정적인 차이점은 날렵함이다. F 850 GS는 디자인이나 실제 무게에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반면, F 900 GS는 다르다. 여러 부분에서 가벼워 보이고 날렵한 인상을 전한다. 특히,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부분은 연료탱크 주변을 감싸는 측면 페어링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직선을 강조했다. 새로운 페어링 디자인은 날카롭게 변한 헤드라이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후면부나 스윙암 등 다른 부분에서도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낸 결단력이 눈에 띈다. 

F 900 GS는 실제로도 가볍다. 연료탱크 재질을 알루미늄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이렇게 4.5kg 가량의 무게를 줄였다. 추가적으로 페어링, 후면부, 스윙암, 머플러 등을 바꿔 F 850 GS 대비 약 14kg의 경량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 F 900 GS의 공차중량은 219kg로 억제되어 있다. 

차체가 가볍다 보니 F 900 GS의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여기에 배기량과 출력, 토크가 동반 상승된 엔진도 큰 역할을 한다. 병렬 2기통 형식을 유지하면서 배기량은 종전 853cc에서 895cc로 키웠다. 그 결과,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0마력, 1Nm씩 상승해 105마력과 93Nm가 됐다. 앞뒤 서스펜션의 설정도 바뀌었다. 앞 서스펜션을 수직에 가깝게 세우고, 뒤 서스펜션에서 전자식 댐퍼를 제거했다. 동시에 앞뒤 서스펜션의 가동 범위를 230mm와 215mm까지 확장시켰다. 

가벼워진 차체에 강해진 엔진이 조합된 결과는 예상대로다. 전반적인 움직임이 매우 경쾌하다. 엔진은 생각보다 카랑카랑하다. 공회전 직후에도 F 900 GS를 이끌기 부족함 없다. 제대로 된 힘을 맛보기 위해서는 회전수를 5000rpm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회전수를 올리면 올릴수록 맹렬한 힘이 뿜어져 나온다. 물론, 절대적인 힘이 매우 강하지 않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경력에 무관하게 어떤 라이더라도 F 900 GS를 쉽게 다룰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함이다. 

엔진 반응은 주행 모드에 따라 확연하다. 레인 모드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고, 로드 모드 정도 되어야 F 900 GS를 타는 맛이 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배기음도 커지고 스로틀 반응과 엔진 브레이크 강도도 예민해진다. 엔듀로 프로는 이 상태에서 ABS 개입이 늦어지고 트랙션 컨트롤이 해제된다.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도록 위한 설정이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설정은 서스펜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본 설정부터 꽤 부드럽다. 가동 범위가 꽤 긴 앞뒤 서스펜션을 충분히 누르고 튕겨낼 정도다. 오프로드에서 둔턱을 뛰어넘거나 크고 작은 돌과 자갈을 거침없이 해치고 나가기 좋은 설정이다. 라이딩 포지션도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핸들바와 스텝이 서 있는 채로 달리기 좋게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과 움직임이 매끈한 퀵 시프트, 견고한 제동력까지 모든 부분에서 라이더에게 믿음을 안겨준다.

그러나 F 900 GS의 부드러운 서스펜션 설정은 온로드에서 다소 부담스럽다. 급가속이나 급정거를 할 때 차체가 앞뒤로 심하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때는 앞뒤 서스펜션의 압축과 신장을 조이는 것만으로 꽤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앞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할 수 없고, 뒷 서스펜션이 전자식이었던 탓에 조절 폭이 적었던 F 850 GS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편리함이다. 

F 900 GS는 전작인 F 800 GS, F 850 GS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BMW모토라드가 작정하고 만든 미들급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다. 여러 부분에서 이런 특징이 엿보이지만, 결정적으로 2000만원대에 불과한 가격이 예비 라이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제야 비로소 BMW모토라드가 제대로 된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모빌리티 저널리스트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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