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니·베트남·싱가포르 등 7억 아세안 시장 공략 강화
2024-07-01
"IT 종사자들에게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리워크를 주제로 강연할 때는 주로 자동차 산업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지만, 오늘 고향과도 같은 자동차공학회에서는 진솔하게 그리고 때로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 한국자동차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마련된 서울대학교 홍성수 교수의 특별강연은 시작부터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자동차 업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주제로, '진솔·현실·비판'이란 표현에 귀가 번쩍 뜨였다.
'SDV가 초래하는 미래자동차의 혁신적 변화, 우리의 실천 전략' 특강 직후 홍성수 교수와 짧은 시간을 함께 했다.
홍성수 교수는 그간 자동차공학회에서 만난 이들과 결이 조금 달랐다. 홍 교수의 이력을 살펴보면, 서울대와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현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전공 분야는 운영체제(OS)와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사이 중간에서 조정 및 중개 역할을 하는 '미들웨어'와 데이터 수신부터 출력까지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리얼타임 시스템'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홍 교수가 공학회 문을 두드렸던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소수 중 소수였을 터. 그러다 보니 자동차 산업과 시장, 환경에 대한 통찰도 색다르다.
다음은 홍성수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Q. 여기저기서 SDV에 대한 말이 많은데, 막상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 않는다. OTA(Over The Air)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효용성은 있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절실한 킬러 서비스나 콘텐츠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제조사 입장에서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을까.
당연히 완성차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는데, 하루 한두 시간 정도 모는 장치로 그렇게 절박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LG전자에서도 스마트TV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그렇게 보면, 자동차는 더 하다. 주말에 오프로드를 가거나 스포츠 주행을 위해 파워 드라이브 모드를 극적으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 혹은 트랜스미션 제어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사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다만, 인포테인먼트라든가, 실내 인테리어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익스텐디드 리빙룸 형태로 바뀌면, 디스플레이 편집이나 (앰비어트) 라이트 기능에 대한 소프트웨어는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시트에 대한 제어 및 추가 기능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직접적인 차량 제어와 같은 영역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Q. 그렇다면 자율주행 고도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SDV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용어를 명확히 해서 완전자율주행은 우리 생애 안된다. 그래서 완전자율주행에 기반한 SDV 서비스 모델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솔직히 고객이 막 열광할 만한 SDV 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이미 차량에 탑재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만 해도 굉장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본다.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코스트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SDV는 그 코스트를 낮추는 데 혁신적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타임 투 마켓(시장 대응 속도, 신제품 출시 속도)'을 엄청 짧게 만들 수 있다. SDV의 다른 한 축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기구나 일렉트로닉스 없이, 심지어 칩·반도체 이런 것도 없이 클라우드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기존에 일렬로 다 만들어서 신차 개발이 3년에 걸렸다면, 경쟁사는 6개월에 끝난다. 이길 수가 없다.
Q. 철저히 제조사의 영역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SDV를 통해 사용자의 이동성과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뒤바뀔 것처럼 말하는데, 괴리감이 크게 느껴진다.
'구라'를 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준비가 안 됐는데, 준비된 것처럼 얘기하지 말자. 사실 지금 이야기하는 SDV는 그냥 OTA다. 그런데 모든 게 막 다 되는 것처럼 얘기한다. 물론, 5년 전만 해도 내비 지도 업데이트를 하려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OTA도 크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적으로 본다면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 있다. 그냥 마케팅적으로 띄운 측면이 많다.
Q. 그럼 SDV도 자율주행이나 전동화처럼 일시적인 정체나 침체가 오지 않을까.
SDV는 생각보다 캐즘(chasm)에 안 빠질 거다. 고객 서비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임 투 마켓을 줄이고, 개발비를 줄이고, 조직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SDV가 필요하다. Arm 소피(SOAFEE, SDV를 위한 개방형 표준 아키텍처)를 비롯해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이미 여러 영역에서 굉장히 뜨겁다.
SDV에 투자를 하면, 허투루 돈을 날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지금 기업들이 하는 활동들도 회사 안에서 '소프트웨어라이제이션'을 푸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인터널 마케팅이라고 본다.
Q. Arm,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떠오른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티어1을 넘어 OEM을 좌우하는 티어0.5 혹은 슈퍼을(Super乙)이 출연할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도 그러했고, 이제 자동차에서도 그러려고 많이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구글이다. 당연히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식탁에 초대를 안 하려고 하겠지만, 구글은 이미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갖고 있다. 우리가 당장 미국에서 렌트를 할 때, 안드로이드 오토가 없으면 못한다. 거기서부터 락킹이다. 다만, 자동차는 크니까 OS를 이원화 시킬 수도 있고, 무조건 한 가지 답만 있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다.
Q. 테슬라의 통합 ECU처럼, 앞으로 현대차나 다른 OEM도 차량용 반도체 영역에 본격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까.
현대차도 계속해서 반도체를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 인력이 없다. 아니 괜찮은 인력은 전부 IT 쪽으로 먼저 간다. 게다가 그 인력들 가운데서도 잘하는 이들은 미국으로 가버린다. 2016-17년부터 인재 유출과 인구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탄성 한계를 넘어 부러진 활과 같다. 복원이 잘 안 될 것 같다. 다만, 기업의 벡터와 국가의 벡터는 다르다. 현대차 연구개발 조직을 보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라 한다. 인도팀, 미국팀, 한국팀 등이 한 곳에 같이 앉아서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한국 내 고용이 문제다.
Q. 하드웨어 플랫폼이 표준화되고 소프트웨어 경쟁이 펼쳐지는 산업을 봤을 때, 승자 독식 상황이 펼쳐진다. SDV도 그렇게 될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자기 만의 철옹성을 만든 일류업체만 남고, 소프트웨어 혁신을 못 쫓아가는 2·3류 OEM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손수 제품을 다 만들던 이태리 카로체리아가 어떻게 사라졌나. 한번 짠 소프트웨어를 갖고, 100카피를 쓰던 100만 카피를 쓰던 비용이 그렇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나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1000만원이 들었는데, 1000대를 팔면 대당 1만원이고 1000만대를 팔면 1원인 셈이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보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느껴진다.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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