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학회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개발 세미나’ 개최
2024-06-21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이달 거제에서 2024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춘계학술대회는 산·학·연 자동차공학인 1700여명이 참석했고, 640여편의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자동차공학회 전병욱 회장(현대차 연구위원)을 만났다.
현대차에서 32년간 근무한 전병욱 회장은 2011년 IR52 장영실상과 2021년 세계자동차공학회연합 국제학술대회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하며 공학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학회에서도 모빌리티 동력 및 구동 시스템 부문 이사, 융합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부문 이사, 사업 이사, 사업 담당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발전에 공헌했다.
다음은 한국자동차공학회 전병욱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Q. 학회장으로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있나.
최근 자동차 생태계가 SDV(Software Defined Vehicle)와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굉장히 빠르게 가고 있다. 학회도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완성차와 부품 중심의 전형적인 구성이었다면, 이제는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도 초대해 생태계를 넓히려고 한다.
Q. 이번 춘계학술대회도 그런 취지인가.
맞다. 올해 특별강연 주제도 '자율주행'과 'SDV'였다. 회장이 되고 바로 미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회 방향성을 권고할 수 있는 제3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학회를 잘 알지만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SDV 분야를 아는 홍성수 교수(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가 적임자라 판단해 미래위원장으로 초빙했다.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미래위원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 학회가 어떤 미래 방향성을 정하고 어떻게 발돋움할지, 그 방향으로 원활하게 중심 이동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로드맵을 계속해서 제시할 예정이다.
Q.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공학회도 함께 가는 것일까.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의지는 가졌지만, 그와 별개로 약간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항공이나 조선, 로보틱스 등 각 분야에 학회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동차공학회 이름을 모빌리티학회로 바꿀 계획은 없지만, 학회 활동은 이미 실질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회 부문 및 연구회 중 기존 '파워트레인 부문'이 '모빌리티 동력 및 구동 시스템 부문'으로 바뀌었다. 학회 내 기술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부문 및 연구회의 방향성은 이미 그러한 것들을 포괄해 나아가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 사회적 약자나 노인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한 데 결국 자율주행차도 이동을 돕는 로봇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율주행 단계를 우리가 규정해서 나누는 것이지, 지능화된 디바이스가 인류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누가 봐도 맞는 방향이지 않은가. 결국 지능화란 개념에서 반도체와 AI 기술이 중요하고, SDV와 접목한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명확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올해 추계학술대회에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리벨리온 사피온 등과 함께 자동차 반도체 세션을 만들어 특별 강연도 하고 서로 고민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
Q. 그렇게 외연을 넓히면,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회원들과 의견이 나뉠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것이 돋보일 정도로 외연이 확장되지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외연이 확장되면 기술 밸런스도 굉장히 중요하다. SDV와 더불어 올해 집중하는 화두가 있다면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이라 한다면 주로 배터리 전기차(BEV)를 말하는데, 기존 내연기관 기술을 이용한 수소엔진차나 탄소중립연료(재생합성연료 및 바이오연료) 차량도 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하드웨어 기술을 올드 패션이라 내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탄소 사회에 중심으로 다시 끌어들여 어떻게 발전 시킬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학회에서 주도해야 한다. 뭐든 탄탄한 토양 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기도 없이 소프트웨어만 갖고 차를 만들 수는 없다.
Q.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엔진차나 탄소중립연료 등 가능한 모든 미래 선택지를 연구하는 것은 토요타 멀티 패스웨이 전략과 흡사하다. 적을 두고 있는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하고 있는데.
현대차의 전략과 별개로, 학회는 이런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잡고 있어야 한다.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고, 르노가 선택할 수도 있고, GM이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을 선택했지만, 또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방향이 바뀌었을 때, '국내'에 최소한의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당장 기업에서 택하지 않더라도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선제적으로 여러 기반 기술을 닦아 놓을 수 있는 바탕을 학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토요타 혹은 테슬라 등과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할 수 있지만, 학회는 뉴트럴하게 기술적인 부분만 들여다보고 유망한 미래 기술이라면 모두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학술적 성취도만 높은 분야에 치중해서 그쪽으로만 파고 들거나 시장과 완전히 동떨어져 연구하는 것도 맞지 않다. 학계만을 대표하는 학술 단체가 아니라 산·학·연이 다 모여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과 산업을 살펴보고, 그중에서 가장 타당한 방향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더불어 자동차에서 다른 분야로 이탈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당연히 공감하고 있다. 얼마 전, ISC(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자동차 분야 회의를 할 때도 이런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일단 기본적으로 양질의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산·학·연이 모인 학회에서 '학'이 있다는 것은 교육이 정말 중요시 된다는 뜻이다. 기업들도 계약학과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회도 대학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산·학을 이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교육 부문 최성규 부회장(르노코리아 연구소장)과 노력하고 있다.
또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도 고민하고 있다. 오프로드에서 포뮬러, 그리고 전기차까지 왔는데, 다음 방향은 자율차다. 대학생 인공지능 자율차 대회로, 인공지능 기술로 자율차를 만들고 경진 대회를 할 수 있는 판을 깔아보려고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3년 정도 시뮬레이션 대회를 거쳐, 그 이후 실제 차량으로 대회를 열 수 있게 끔 지금부터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가보려고 한다. 산업체에 필요한 것을 직접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이런 대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Q. 연구개발 환경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은 얘기가 될 것 같다. 첫 직장인 현대차에서 32년째 다니고 있지만, 엄청나게 바뀌었다. 미쓰비시 출장을 가서 문전박대 당하며 서럽게 배웠고, 이후 토요타와 BMW 등을 정신없이 따라갔다. 하지만 이제 퍼스트무버 중 하나가 됐다. 어찌 보면, 이건 현대기아차가 아닌 한국 자동차 산업의 이야기다. 이제 어떻게 초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고, 이것은 지난 30년 중 20여년간 고민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나도 지금 처음 겪으며 새롭게 문제를 돌파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답습시킬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열정과 성실, 소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집단지성까지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패스트팔로워든 퍼스트무버든 우리가 동일하게 가져가야 하는 항목이다.
예전에는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 하면, 내가 밤새워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 그 그림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큰일 날 소리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창의성을 기반으로 생성형 AI와 같은 도구를 잘 활용하고, 사람이 하던 기존 지식 노동을 컴퓨터로 대체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만들어질 것 같다. 앞서 말한 열정과 성실, 소통, 집단지성 등 네 가지 항목과 그 어떤 지식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퍼스트무버로서 충분히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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