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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5년 누적 100만대를 달성했다. 이후 10년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교체 시기에 도달한 전기차가 쏟아질 전망이다.
친환경이란 거대한 흐름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제품 전 생애주기'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은 BaaS(Battery as a Service) 등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가 완성차 업체 최초로 유럽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달 본격 가동에 나선 벤츠의 쿠펜하임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방문했다.
벤츠 스투트가르트 본사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쿠펜하임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기존 차체 공장 부지에 설립됐다. 공장 내부는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 라인과 거대한 탱크, 그리고 각종 기계 설비 등으로 마치 정유 화학 공장을 떠올리게 한다.
재활용 공정은 배터리 모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모든 과정은 사람의 힘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장비를 이용해 부품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해 배터리 모듈을 통째로 '분쇄'하고 소재 단위로 분류한다. 폭발 및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모듈은 완전 방전 상태로 파쇄되며 액체 냉각 시스템과 소방 장치가 보조한다.
일정한 크기로 잘게 갈린 입자 조각은 각 물질의 밀도 차이와 자성 등을 이용해 철,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그리고 블랙매스(Black mass)로 나뉜다. 철과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조각은 거대한 포대에 담겨 1층 한 곳에 보관된다.
1차 설비에서 분류되지 않은 블랙매스는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활성물질이 뒤섞여 있다. 물리적인 기계 장치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화학적 작업이 필요하다.
벤츠는 건식 야금이 아닌 습식 야금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블랙매스에 황산액을 용매로 섞어 용액으로 만든 후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후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망간, 황산리튬 등으로 분리해 전기화학적 환원 작업을 거치면 99.9% 순도의 희소금속이 추출된다.
이 같은 습식 야금은 생산량에 비해 설비 규모와 투자 비용이 크고, 정련 과정이 긴 단점이 있다. 때문에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설은 건식 야금 방식을 택한 곳이 많다.
다만, 황산 등 환원제를 사용해 직접 열을 가하는 건식 야금은 고온 처리를 위해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습식에 비해 순도 및 회수율도 낮다. 더욱이 건식 야금은 정화 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대기 오염의 위험이 높아 최근 대부분 습식 야금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다.
벤츠도 습식 야금 공정을 통해 투입된 물질의 96%(질량 기준)를 추출하고 있다. 더욱이 건물 옥상에 설치한 350kW급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야금 공정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한다.
기계식 및 습식 제련 통합 공정을 갖춤으로써 24시간 가동도 가능하다. 연 2500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해 회수한 물질로, 연 5만개 이상 배터리 모듈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됐지만, 불순물 검사 등 샘플링 작업을 위해 약 50여명의 인력이 3개 조로 품질 관리에 투입된다.
벤츠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가치 사슬 확보에 적극적이다. 다른 대륙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 인근에도 재활용(recycle)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배터리 패키지 및 모듈을 재사용(reuse)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운터튀르크하임 e캠퍼스에서는 희소금속을 절감(reduce)한 신형 배터리 개발이 한창이다.
그 시작인 배터리 재활용 공장 역시 단순한 도시 광산이 아니다. 삼원계(NCM)와 인산철(LFP) 등 구분 없이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벤츠는 자회사 차량에서만 폐배터리를 수급한다. 이는 감가상각이 심한 전기차의 새로운 이용처를 만들어 제품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희소 금속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전기차 판매까지 고려했다. 벤츠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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