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더 브랜드가 전기차를 만들면...지프 어벤저는 이렇게 디자인했다

'자유'와 '민주'를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한 브랜드
언제든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이다일 기자 2024-09-10 17:22:36
자동차를 설명하면서 ‘자유’, ‘민주’를 외치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그런데 어색하지도 않다. 그들의 뿌리가 이른바 ‘오리지널 프리덤 머신(The Original Freedom Machine)’ 지프(JEEP)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생소한 ‘스텔란티스’라는 자동차 그룹에 속한 브랜드 지프는 우리에게 랭글러라는 차로 익숙하다. 랭글러의 뿌리인 ‘윌리스’는 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한국전쟁에서도 전선을 누볐으니 ‘자유’, ‘민주’가 왜 자동차에서 나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신차. 지프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어벤저는 어떤 연관 관계를 갖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어벤저 디자인 & 테크 데이’를 열고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회원들을 초대했다. 미국과 유럽의 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연결해 화상 발표를 하기 위해서다.

# 유럽 올해의 차

지프 어벤저를 처음 만난 곳은 2022년 파리모터쇼에서다. 10여년 넘게 파리모터쇼 취재를 해왔지만 그곳에서 지프 브랜드를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다. 지프는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큰 덩치의 SUV가 주력이기 때문에 유럽 시장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파리에서 지프 어벤저는 유럽과 미국이 섞인, 정확히는 유럽의 작은 차와 미국의 지프 DNA가 섞인 일종의 혼종이었다.

그렇지만 인기는 대단했다. 2022년 파리모터쇼 등장 직후 유럽 시장에 출시한 지프 어벤저는 이듬해인 2023년 ‘유럽 올해의 차’에 올랐다. 작은 차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푸조, 르노, 폭스바겐을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는 유럽에서 미국 브랜드 지프가 올해의 차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이달 초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어벤저의 신차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더불어 시승행사도 진행했다. 이미 할 말을 많이 쏟아냈을 것인데 오늘은 어떤 다른 이야기를 전해줄 것인가. 본격적인 설명은 지프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다니엘레 칼로나치가 시작했다.

지프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이탈리아 토리노, 중국 상하이, 브라질 상파울루 등 총 4개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또, 지프 브랜드는 전 세계 140개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현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작업도 함께 한다. 그래서 디자인 작업에도 4개 디자인 스튜디오가 모두 참여한다.

# 디자인 특징

다니엘레 칼로나치 디자인 총괄은 ‘민주적’인 디자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요소로 계기반이나 라디오 같은 부분을 운전자만 볼 수 있게 만들지 않고 모든 탑승객이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라며 “이걸 우리는 민주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록 대시보드의 화면은 앞에 있지만 모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보기 좋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지프 브랜드의 첫 전기차를 만드는데 반세기 전의 지프 윌리스 디자인의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를 지프의 DNA라고 설명하면서 공간 활용도가 높은 박스 스타일의 차를 만들고 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버행을 줄였으며 오프로드 관련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20도의 진입각과 32도의 이탈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바닥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전기차에서 가장 민감한 것이 높이다. 차체 높이는 한계가 있고 바닥을 낮추는 것도 역시 한계가 있다보니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 지프는 최저지상고를 200mm까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지프 브랜드의 DNA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근 대다수의 도심형 SUV의 지상고가 200mm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되어야 조금 험한 길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측면의 디자인도 S자로 돌아가는 곡선 형태로 만들었다. 지프 윌리스에서 가져온 DNA다. 이미 지프 브랜드의 컴패스, 그랜드 체로키에도 적용했던 플로팅 필러 디자인 역시 어벤저에 추가했다. 전면에는 지프의 상징과도 같은 7슬롯 그릴을 적용했는데 높이는 낮게 설정했다. 라디에이터가 작아지고 차량 하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제 큰 그릴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곳곳에 들어간 수납공간 역시 이 차의 장점이다. 탁구공을 채우면 580개를 넣을 수 있는 정도다. 보통의 B세그먼트 SUV의 적재 공간이 15리터 정도임을 감안하면 어벤저는 34리터의 공간을 마련했다. 트렁크는 자전거를 실을 경우 벽면에 스크래치를 내기 쉬운데 이곳에 몰딩 처리를 해서 실용성을 높였고 2열을 모두 폴딩할 경우 러버덕 2442마리가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B 세그먼트 전기차

지프 어벤저는 오프로더 지프의 DNA를 담은 전기차다. 언제든 오프로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차체 하부를 평평하게 만들어 배터리를 보호하고 공기 흐름을 개선했다. 차체를 작게 만들어서 회전 반경은 10.5m에 불과하다. 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km로 국내 인증으로는 295km를 기록했다. 100kW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20%에서 80%까지 24분만에 충전한다. 또, 평균 하루 주행거리인 30km는 단 3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auto@autocast.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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