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순한 맛' 지프 어벤저, 개성을 덜고 대중성을 더하다

신승영 기자 2024-08-29 16:54:18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지프 어벤저 출시를 앞두고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작년 2월 구리에서 열린 아시아 프리미어 공개 행사 이후 1년 반 만이다. 

어벤저는 앞서 유럽 시장에서 화려한 수상 이력과 견고한 실적을 쌓았다. 과연 국내에서도 그와 같은 명성을 이룰 수 있을까.

우선 신차의 외관은 컴패스를 닮았다. 덩치는 작지만 지프 특유의 단단한 느낌을 발산한다. 여기에 각진 세븐슬롯 그릴과 X자 제리캔 디자인의 테일 램프 등은 아이코닉한 포인트를 잘 담아냈다. 이어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다 보면, 밤하늘의 별과 무당벌레를 쫓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360도 바디 프로텍션 범퍼와 일체형 스키드 플레이트는 기능에 충실하다. 바로 위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 바디와 함께 대비되어 더욱 돋보인다. 상반된 요소의 절묘한 조합을 바탕으로, 레니게이드보다 한층 세련된 인상을 완성시켰다.

실내는 다소 호불호가 나뉜다. 10.25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수평적인 구성의 깔끔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췄다. 대시보드 하단과 센터콘솔 등 1열 곳곳에 배치된 수납공간은 넉넉하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실내 분위기를 결정짓는 마감재가 아쉽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 더욱이 2열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푸조 2008보다 좁게 느껴지며, 송풍구와 컵홀더의 부재도 눈에 띈다.

시승은 서울 도심과 남양주 일대 70km를 달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로드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전기차 특유의 민첩한 가속력과 낮은 무게 중심, 탄탄하고 찰진 승차감 등 기존 지프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대한 반응도 준수하다. 

도심형 전기 SUV이지만, 지프답게 오프로드 주행에도 진심이다. 진입각(20도)과 이탈각(32도), 높은 시야, 작은 차체 등을 바탕으로 도심 좁은 골목부터 숲과 산 등 길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을 통해 일반, 에코, 스포츠 외에도 샌드, 머드, 스노우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다만, 소심하게 위아래로 조작하는 버튼은 지프답지 않다. 일반 주행과 험로 주행, 2개 조작부로 나눠 다이얼 방식으로 구현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을 탑재한 반면, 오토 홀드가 빠진 것도 아쉽다.

통합형 유커넥트 5 서비스는 깔끔한 그래픽과 준수한 구성을 갖췄으며, 만족스러운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길안내 서비스는 기본 탑재된 내비게이션보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추천한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제원상 인증 수치(복합 292km)보다 여유롭다. 70km를 달리며 사용한 배터리는 18%(95% → 77%)이고, 잔여 배터리 77%로 달릴 수 있는 주행가능거리도 298km나 표시됐다. 국내 출시 가격은 5290만원부터 시작하며,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어벤저는 준수하지만, 브랜드 특유의 하드코어한 개성이 흐려졌다. '순한 맛'의 매력을 내세운 지프가 과연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신승영 sy@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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