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아우디 Q8 e-트론 [시승기]

신승영 기자 2024-08-02 18:21:51

아우디의 전기차 시작을 알린 'e-트론'이 새로운 이름과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브랜드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풍부한 편의 사양으로 럭셔리 전기 SUV를 대표하던 차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시승에 앞서 Q8 e-트론의 실내외를 살펴봤다. 

전면부는 블랙 컬러의 새로운 싱글 프레임 그릴과 은은한 프로젝션 라이트, 그리고 이차원적으로 간결하게 바뀐 포링(Four Ring) 엠블럼이 한층 정제된 세련미를 더한다. 전반적으로 강렬한 헤드램프의 눈매를 이전 모델보다 더욱 잘 살렸다. 디자인뿐 아니라 전면 전자 그릴 셔터와 범퍼 좌우 에어 커튼 등을 통해 공기역학 기능도 개선됐다. 

측면 도어 B필러와 후면 트렁크 도어 하단 등에는 브랜드 및 모델명 레터링이 추가됐다. 조수석 측면에 완속 충전구를 추가해 2개의 충전구로 충전 편의성도 높였다. 이외 공력 성능을 위해 휠 및 범퍼 스포일러 형상이 바뀌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전면부를 제외한 디자인 변화는 제한적이다. 

이는 실내 역시 마찬가지. 그럼에도 소재의 변화는 돋보인다. 친환경 및 재활용 소재 사용 비중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여타 브랜드와 달리 고급감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 눈에 보이고, 손과 몸이 닿는 모든 곳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버츄얼 사이드 미러도 이제는 익숙하다. 운전자 교체 후 시트 포지션에 따라 사이드 미러를 조절하지 않아도 되고, 비 오는 야간 주행 시 보다 선명한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눈으로 볼 때와 달리 운전대를 잡으면, 확연히 달라진 것들이 느껴진다. 신차는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닌, 내실에 보다 집중했다.

우선 주행 감각이다. 일상에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묵직하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지원한다. 도심에서는 조금 더 부드럽고,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에 따라 단단한 느낌을 필요한 만큼 적절히 조절한다. 

이어 에어 스프링과 전자식 주행안정장치(ESC) 등이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2.7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매끄럽고 '즐겁게' 헤어핀 구간을 빠져나올 수 있다. 

백미는 핸들링이다.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은 세심하면서도 민첩하게 반응하며 운전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특히, 주행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온로드 고속 구간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느껴질 정도로 서로 다른 핸들링 감각을 전달한다.

여기에 후륜 모터의 개선 작업이 이뤄지며, 콰트로 명성에 걸맞은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보여준다. 비포장 산길부터 진흙 뻘밭까지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우아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도 남다르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지만 내연기관의 질감이 느껴진다. 넘치는 힘을 다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거칠지만 절제된 힘을 바퀴에 전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때때로 이질감이 느껴진다. 제동거리는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지만, 성능과 별개로 회생 제동과 결합해 운전자의 발에서 전달되는 느낌은 한 번씩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Q8 55 e-트론의 제원상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68km이다. 신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해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과 효율, 충전 속도 등을 개선했다. 실제로 100% 충전 상태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420km이다. 통풍시트를 켜고 에어컨을 22도로 맞춘 상태에서 약 90km를 운행한 후 계기판에 표시된 숫자는 335km이다.

시승 내내 "전기차가 아닌 자동차 본질에 충실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Q8'이란 모델명이다. 전기차는 짝수, 내연기관은 홀수를 붙이는 새로운 브랜드 네이밍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5m에 달하는 기존 Q8과 비교해 다소 작게 느껴진다. 전기차 라인업 내에서 플래그십 SUV를 지칭하기 위한 의도는 이해되지만, 최근 럭셔리 전기차의 대형화 추세와도 어긋나 보인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 가격적인 부분도 살짝 아쉽다. 9000만원 중후반대부터 시작했던 기본 모델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넘겼다(가격 Q8 50 e-트론 1억860만원, Q8 55 e-트론 1억2060만원부터).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사라진 만큼 인상폭은 더 크게 느껴진다.

신승영 sy@autocast.kr
    안녕하세요. 신승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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