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모빌리티쇼가 1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넥스트 모빌리티, 세상의 중심이 되다'를 주제로 내걸고, 이름도 국제모터쇼에서 모빌리티쇼로 바꿨습니다. 올해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 BMW, MINI 등 6곳이 참석합니다.
주요 볼거리로 현대차가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공개하고, 르노가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신차를 내놓습니다. 제네시스는 앞서 해외에서 선보인 콘셉트카를, BMW와 MINI는 올 하반기 판매할 신차 라인업을 각각 전시합니다.
다만, 올해 행사는 그 역사와 규모에 비해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데요. 그룹 단위로 본다면, 참가 업체는 3곳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부산모터쇼는 2008년을 정점으로, 참가 업체와 규모가 매번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특히, 2022년의 경우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과 BMW그룹(BMW·MINI·롤스로이스), 단 2곳만 참석해 국제모터쇼란 이름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주관사 및 조직위원회는 참여를 독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브랜드와 갈등을 키워왔습니다. 불참하는 브랜드를 탓하며 매번 외부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2014년 행사에서 전시 부스 배정을 두고 쌍용차와 마찰을 빚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쌍용차만 신관에 배치해 결국 불참했었는데요. 더욱이 2년 후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벡스코 전시팀장이 "쌍용차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실망스럽다"며 "불참을 후회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해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바 있죠.
앞서 2010년 수입차 브랜드 일부가 불참을 선언했을 때도 지역 단체들과 주요 전시장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이후 부산지역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통한 압박도 격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십수 년간 쌓인 각 브랜드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부산모빌리티쇼에 대해 A브랜드 관계자는 "전시 비용 부담도 크고, 비용 대비 효과도 떨어지지만, 더 큰 문제는 운영 행태"라며 "업체들을 돈주머니로만 본다. 매번 돈만 챙기고, 행사 운영에 필요한 요구 사항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B브랜드 관계자는 "현대차 같은 곳은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지만, 작은 부스들은 제대로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결국, (2022년) 지난 모터쇼는 국산·수입 1위 두 곳만 가지 않았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친환경이든, 모빌리티든 주제에 걸맞은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해외 모터쇼를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요.
C브랜드 관계자는 "신차 부재나 본사 방침(권역별 행사 참석)도 있지만, 고압적인 조직위 태도에 질렸다"며 "과거 현장 계약이나 페스타 형식의 이벤트라도 하려면, '모터쇼 품위가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119년 역사의 제네바모터쇼가 최근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부산모빌리티쇼도 그 뒤를 따를게 될까요.
제가 부산모터쇼를 처음 방문했던 2008년 당시 두근거림은 아직 생생하지만, 그 현장이 더 이상 즐겁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산모빌리티쇼의 최후를 기록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기자수첩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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