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일본에서 2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수입차조합(JAIA)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585대에 그쳤다. 현대차보다 한발 늦게 일본에 진출한 BYD(1909대)보다도 크게 떨어지는 성적이다.
현대차는 앞서 한 차례 일본 시장 철수를 경험한 바 있다. 2000년대 한류스타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지만,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며 2009년 일본 내 승용차 사업을 포기했다. 마지막 2009년도 판매량은 967대로, 연간 1000대를 넘지 못했다.
당시 현대차의 실패 요인으로 '보수적인 일본 소비자의 성향'과 '낮은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현지 전략 차종 부재' 등이 꼽혔다.
12년 만에 복귀한 현대차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자동차 업계에서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데, 현대차의 행보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우선 전기차에 대해 소극적인 일본 소비자의 성향을 무시하듯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넥쏘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라인업은 좁은 도로와 작은 주차장, 높은 세금 및 유지비 등 다양한 이유로 경·소형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본 내 환경과도 맞지 않다.
아이오닉5가 '2022-23 일본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되며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최종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 투입할 고성능 아이오닉5 N 역시 상징성과 제품력에 비해 판매 성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제품 구성뿐 아니라 판매 방식도 이견이 있다. 현대차는 온라인 세일즈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는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영업사원을 통해 차를 사고 판다. 복합 체험 공간 '요코하마 CXC'를 비롯해 교토 등 상설 거점이 있더라도, 일본 전역을 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외 일본에서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차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수립한 것도 한계가 뚜렷하다.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80년대 초호황기 정점을 찍고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온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기에는 가진 역사와 브랜드 파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슷한 시기, 유사한 전기차 라인업을 내세워 일본에 진출한 BYD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BYD는 오는 2025년까지 일본 내 100개 전시장을 확보하는 등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돌핀과 아토3 등 한층 저렴한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현대차도 올 하반기 경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중심으로 일본 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현대차 한 관계자에 따르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례적으로 개발 및 상품화 단계부터 일본 수출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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