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내연기관의 정점 1.2 가솔린 엔진 푸조 3008...매력있네

 내가 아는 푸조는 이렇다. 날렵한 핸들링과 작은 차체에도 매우 실용적인 실내공간. 그리고 처음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실내 디자인을 가졌다. 사람과의 접점도 훌륭해서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 보다 작은 운전대는 날렵한 자동차를 더 날렵하게 느끼게 만들고 그 위로 올려다보는 계기반은 실용과 심미적 디자인을 합한 무엇인가를 만들었다.

푸조가 변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렇게 구분한다. 푸조의 상징 라이언 앰블럼의 모양으로 확인한다. 지금 시승하는 3008은 라이언이 걸어가는 전신이 다 보인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등장한 408은 라이언의 머리만 보인다. 그저 그런 변화로 보이지만 사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인 푸조에서는 큰 변화를 의미한다.

푸조의 역사는 18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커피 그라인더, 후추 그라인더 등을 생산하던 회사였다. 1889년 삼륜차 세르폴레 푸조를 만들었다. 현대식 자동차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최초의 내연기관 차,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1886년인 것과 비교하면 이 회사는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했다.

1950년대 라이언 앰블럼의 전신이 모두 나오던 시절에서 1960년대로 넘어가며 머리만 나오는 앰블럼으로 바뀐다. 이후 자동차 업계는 극심한 변화를 겪으며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많이 판매하는 상품이 된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며 다시 지금 이 차 3008에 들어있는 라이언 형태의 앰블럼이 등장했으니 근거는 없지만 자동차가 큰 변화를 겪을 때 푸조는 머리만 나오는 앰블럼을 쓰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황한 앰블럼 이야기는 이 차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3008은 내연기관의 끝부분 정점에 서 있다. 100년 넘게 내연기관 차를 만든 푸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래서 고작 1.2리터의 가솔린 엔진으로 1.5톤에 이르는 SUV를 움직인다. 131마력에 23.5kg.m의 토크지만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전주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고속도로에서 적절하게 추월을 하고 오히려 어느 순간에는 과속을 조심해야했다.

정면 계기반을 바라보면 속도계는 시계 방향으로, 엔진회전수는 반시계 방향으로 바늘이 움직인다. 중앙에는 디지털 속도계가 들어있어 직관적이고 운전대 위로 올려다보는 계기반은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은근하게 편리하다. 

내연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 낮은 세금과 좋은 연료 효율 그리고 넉넉한 힘까지 갖췄으니 정점이 아니고 무엇일까. 시승하는 1.2 PureTech  GT 모델로 4520만원이다.

이 차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들 수 있다. 해치백과 SUV 그 중간에 있는 3008은 길이 4.45미터, 폭 1.84미터, 높이 1.63미터의 차체를 가졌다. 국내에 판매하는 국산 브랜드의 동급 SUV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크기다. 축간 거리는 2.67미터(2675mm)로 동급 SUV에 비해 역시 조금 짧다. 

그러나 공간은 넉넉한 편. 적재 공간은 520리터에서 시작해 시트를 폴딩하면 1670리터까지 늘어난다. 간단한 여행가방은 넉넉히 들어가며 트렁크 문턱 높이가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내연기관의 정점에서 추가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레이더를 사용해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고 카메라를 사용해 좌우 차선을 인식해 운전대 조작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그 기능 역시 3008에 들어있다. 다만 국산차 혹은 독일차와 달리 푸조는 자신만의 조작법을 고수한다. 운전대 뒤의 레버를 통해 작동하는데 한번 익히면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푸조가 벤츠 못지 않은 역사를 가진 자동차 회사라는 점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랜 시간 차를 만들어온 브랜드여서 갖고 있는 철학이자 고집이 반영된 결과. 그래서인지 이 차에서는 독특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피아노 건반 형태의 실내 버튼은 푸조의 전매특허다. 지금은 여러 브랜드에서 비슷한 모양의 버튼을 사용하는데 푸조는 검고 흰 건반의 디자인을 잘 버무려 실내에 적용했다. 이런 요소들이 푸조를 마니아들의 자동차로 만드는지 모른다. 처음 만나기는 어색하고 낯설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이만큼 좋은 차가 없다. 

푸조 3008은 가솔린 모델을 작년에 추가했다. 애초 디젤 모델로 국내 시장에 처음 들어왔지만 당시 디젤 모델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었다. 그러나 가솔린은 다르다. 올해 한 차례 가격 조정까지 마치면서 상품성이 개선됐다.

끝으로 그래도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내비게이션이다. 카플레이, 안드로이드오토를 지원하지만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내장 내비나 무선 연결까지 지원하는 가장 최근의 푸조 모델들과 조금 다르다. 

오토캐스트 이다일 기자 auto@autoca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