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신차 출고 한 달 만에 러시아로 수출되는 수입차! - 2편

신승영 기자 2023-04-28 13:52:01
이번 콘텐츠는 오토캐스트와 한겨레 경제부 산업팀에서 공동 취재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토캐스트 신승영입니다.

저희는 지금 대러시아 중고차 수출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먼저 지난 영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됐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당수가 시장 철수 혹은 판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그로 인해 러시아 신차 시장이 반토막이 났고, 중고차로 그 수요가 많이 몰리고 있는데요. 그 여파로 국내에서는 러시아 중고차 수출 물량이 급증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러시아 중고차 수출 내역을 들여다보니, 고가의 수입차 시장에서 출고된 지 한두 달도 안 된 신차급 차량이 등록 말소 작업을 거친 후 러시아로 나가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국제 사회 공조를 통해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우회 수출국으로 한국이 지목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미국 IRA를 비롯해 전 세계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현황은 단순히 수입차 업계 일부 행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산차 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허영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에 이어 관세청에도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관세청 자료에서도 유의미한 정보가 나왔습니다. 앞선 영상에서 다룬 무역협회의 중고차 수출 데이터는 전체 순위만 나왔잖아요. 관세청 자료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할 수 있었는데, 2022년 중고 수입차 수출 1위가 바로 러시아였습니다. 최근 5년의 데이터 중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순위권 밖에 있던 러시아인데, 2022년 1위에 오른 것이죠. 그리고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이 2위와 5위에 올랐는데요. 

다만, 아쉽게도 자료를 요청했던 신차 출고 후 1~2개월 내 말소 등록된 수입차 중 어떤 브랜드의 차량이 러시아로 몇 대나 나갔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1편 영상에서 '러시아 시장 철수란 본사 정책을 어기고, 판매 실적 개선과 악성 재고 처리 등을 노린 일부 수입사나 딜러사가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닐까?'란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는데요.

지난해 러시아 중고차 수출이 많았던 주요 브랜드의 수입사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수년째 수입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딜러사가 그렇게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수입사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홀세일러로서 딜러사에게 차를 판매하는 것이 역할이지, 딜러사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수입하는 폭스바겐그룹코리아와 지난해 중고차 수출 물량이 가장 가파르게 급증했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파악 중이다" 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디젤게이트가 터진 바로 다음 날, '한국에서는 과연 영향이 없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이 같은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나마 BMW그룹코리아로부터 "신차급 중고차의 대러시아 수출과 관련해 분명 관리 감독을 해야하고, 엄중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란 답변을 받았습니다.

의외는 한국토요타자동차였습니다. "작년 초 한 명이 시에나 6대를 동시에 계약하는 것을 보고 문제 파악에 나섰다"라며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영업조직에서 일정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차의 경우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가 크게 위축됐고, 상대적으로 수입사가 신차 출고나 재고 관리에 대해 보다 더 많이 관여를 많이 하다 보니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분석됩니다.

수입차 업계를 취재하면서, 당연히 국산차 쪽도 함께 살펴봤는데요.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사태를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더라고요.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대러시아 경제 제재 훨씬 이전인 201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 시장에 신차 수출 사태를 겪으며 국내영업본부 등에서 꾸준히 단속했다고 합니다. 당시 스타렉스 등 일부 차종은 별도의 출고 심사를 거쳐야만 차량을 내주는 등 일반 소비자들의 항의도 꽤 들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주요 딜러사와 중고차 판매자, 수출업자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딜러사 혹은 영업사원들은 아주 자세한 내역은 모르더라도, 상당수가 '신차를 중고차 형식으로 러시아에 수출시킨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입사가 딜러사에게 재고 부담을 넘기는 현재 상황에서 국내 고객들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 단차나 작은 흠집에도 인수 거부하는 사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많다고 합니다. 

이 같은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딜러사에서 인증 중고차나 별도 법인을 통해 신차급 중고차를 처리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렌터카나 리스회사로 물량을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중고차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재고 부담을 줄이는 한 가지 방안으로 러시아행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더불어 딜러 입장에서도 "수출할 경우 차후 발생하는 A/S 비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딜러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입사가 정말 이 사태를 모를까?'란 질문도 던져봤는데요.

한 수입차 영업사원은 "여러 대의 차량을 한 번에 구입하거나 같은 차를 재구매를 할 경우 높은 할인율과 프로모션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점장급 혹은 수입사 단위에서 모를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영업사원은 "벤츠 등 본사가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한 것이지, 현지 딜러들은 서비스센터 등 여전히 운영 중"이라며 "언어 변경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위해 OBD 연결을 하면 본사에서도 한국으로 수출된 차량이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만나봤는데요

Q. 신차급 수입차의 러시아 수출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국토부의 (수출용) 말소등록 차량 데이터하고 관세청의 데이터가 지금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가지고 정확한 통계수치들을 가지고 정확한 진단을 지금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제가 국토부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결과 신규차가 등록 말소된 이후 러시아로 넘어가는 수출차가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판단을 내릴 수가 있겠습니다. 

Q. 4월 28일부터 시행되는 대러시아 수출 차량의 5만달러 가격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국산 중고차인 경우에 있어서는 그 영향력(5만불 가격 제한)이 미미할 거라고 생각이 되고, 다만 고가의 외제차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5만불 기준이 어느 정도 수출 규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를 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형성하게 되면 불법적인 그 이면의 거래들이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가지고 활성화될 소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한 편법을 또 추가적으로 방지하고 우선 국토부와 관세청의 정확한 통계 데이터의 연계를 통해가지고 수출 현황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이런 제재에 대한 국제공조에 대해 발맞춰서 좀 더 강력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봐서는 오히려 러시아가 지금 규제대상국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못 하게 된다고 한다면 우리 한국차 수출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더욱 더 크고요. 또한 다양한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시장을 오히려 잃어버리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통계로부터 관련 법 개정, 그리고 소비자 중심주의에 기반한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통해가지고 선진국답게 이러한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그런 유통구조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잘 관리하고 통계를 관리하는 그런 측면들이,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러시아 중고차 수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신차급 차량의 러시아 수출 행위는 국내 자동차 수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 다른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달 28일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5만 달러를 초과하는 중고차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지만, 다양한 우회 국가를 통한 수출부터 편법적 음성적 행위가 이어질 가능성도 큰데요. 보다 정확한 현황 파악과 실효성 있는 정부의 대책 그리고 수입사에서도 자체적으로 자정 활동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는 것이겠죠. 부디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막을 내리길 바라면서 저는 지금까지 오토캐스트 신승영이었습니다.

신승영 sy@autocast.kr

 
오토캐스트는 ‘러시아 중고차 수출’과 관련해 추가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press@autocast.kr
    안녕하세요. 신승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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