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또 오른 기아 모닝, 경차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 2020-05-12 22:03:25

[오토캐스트=정영철 기자] 기아자동차가 12일 3세대 모닝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모닝 어반’을 출시했다. 가장 싼 모델 스탠다드 트림도 1195만원이다. 비슷한 사양의 기존 모델에 비해 약 50만원 가량 값이 올랐다. 수동변속기 모델은 사라졌다. 물론 옵션 구성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경차의 가장 낮은 트림 가격이 또 올라갔다는 점에서 경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한때 ‘국민차’로 시작한 경차.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겠다는 차가 지금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어야 할까.

경차(輕車), 혹은 경우에 따라 ‘경제적인 자동차’란 의미의 경차(車)는 1983년 대한민국 상공부(현재는 산업자원부)에서 자동차 보급의 증대, 그에 따른 자동차 산업 확장, 에너지 절감을 위한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을 통해 개발을 시작했다. 그 당시 정부의 방침은 “200~300만 원 대 배기량 800cc급 차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1987년 산업연구원은 경차의 의미에 대해 “자동차의 보급이 관련 산업에 파급효과가 크고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대중용 소형 경승용차의 개발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형 경승용차의 경우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달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환경오염방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첫 경차는 1991년 발표한 대우 티코다. 당시 대우 티코의 시작 가격은 319만원. 같은 시점에 아반떼의 전신인 현대 엘란트라의 시작 가격이 649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값이 채 안 됐다. 일본 스즈키의 알토를 기반으로 개발한 티코는 경차의 대명사가 됐다. 1997년 IMF 당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할 때에도 인기를 끌었다.

800cc 이하 엔진으로 시작한 경차는 2008년 1000cc 미만으로 기준을 바꾼다. 이 당시 기아자동차 모닝의 가격은 716만원부터 시작했다. 최상위 트림 가격도 1183만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판매한 현대 아반떼가 1294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경차는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에 세금 감면과 통행료, 주차료의 감면 혜택까지 모두 누릴 수 있으니 실로 경차다운 경차의 시대였던 샘이다.


다시 2020년. 지금의 가격표를 살펴보면 경차의 존재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의문이다. 경차 이상의 옵션까지 갖췄지만 그에 따라 가격표에도 경차 이상의 호화스러운 숫자를 표시해놓고 있다. 12일 출시한 기아자동차 모닝 어반의 시작가격은 1195만원으로 최상위 트림에 모든 옵션을 모두 더한 사양은 1800만원에 이른다. 크기로 두어 등급 위에 있는 신형 아반떼의 시작 가격이 1531만원(개소세 1.5% 적용 시)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그 존재가치를 의심해 볼 만하다. 

물가 변동에 따라 모든 물건의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모닝의 가격이 아반떼를 뛰어넘어버린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반떼라고 물가 변동의 영향을 덜 받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1195만원이라는 시작가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경차의 특성상 여러 가지 편의 장비와 고급 옵션을 포기하고 최대한 싼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예전이라면 1000만원 안팎에서 발이 되어줄 차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좋던 싫던 1200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소형 SUV 시장에 사람들의 인기가 집중된 사이 어느덧 경차의 시작 가격은 슬그머니 올라가고 있다. 

경차 관련 혜택도 줄어들고 있는 점도 경차의 존재 이유를 흐리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부터 경차의 취등록세 면제 혜택이 축소돼 취등록세가 50만원 이하인 경우는 공제받을 수 있지만 초과하는 경우에는 5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한 취등록세는 지불해야 한다. 세금과 차값이 모두 올라가는 동안 가장 싼 차가 필요한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났다.


1983년 정부가 이야기하던 ‘자동차의 보급’은 이제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자동차가 널리 보급된 세상에 살고 있다. 오히려 그에 따른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에너지 절약’ 역시 30년 전의 계획과는 실현 방법이 달라졌다. 작은 엔진으로 연료를 절약하던 시절에서 지금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돌아다니는 세상이 됐다. 이런 시기에 경차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수동변속기도 사라지고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도 계속 올라가는 경차.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 그리고 쉐보레의 스파크만 존재하는 특수한 시장. 다시 ‘국민차’의 이름을 가지려면 또 다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cdyc37@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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