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벤츠 수입차 1위 경쟁 치열...이제 승부는 SUV!
2024-11-18
바야흐로 소형 SUV 시대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작은차’와 ‘SUV’의 조합은 이제 자연스럽다. 웬만한 준중형 세단보다 몰기 쉽고 실용성이 좋으니 찾는 이들도 많다. 소형 SUV를 사는 사람은 최근 5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온 소형 SUV도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수치상 비슷한 크기와 가격, 사양까지 고르기가 꽤 까다롭다. 오늘은 소형 SUV 추천의 시간이다. (국내 출시순으로 소개한다)
[1] 르노삼성 QM3 #CAPTURE_LIFE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조약돌상이지만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에선 조상뻘이다. 지난 2013년 쉐보레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열었다. 초창기 트랙스와 함께 소형차 치고 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얼얼하게 했지만, 유럽 공장에서 만들어 오는 ‘수입차’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트랙스보다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 말하는 ‘유럽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차다. 나중에서야 기본으로 달린 운전석 팔걸이도 그렇고 에스프레소 컵 정도 끼워 넣을 수 있는 작은 크기에, 애매한 위치에 자리 잡은 컵홀더도 그렇다. 실제로 QM3는 ‘캡처’라는 이름으로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 SUV다. 팔걸이나 컵홀더 따위는 그들에게 결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려나.
그렇지만 믿을만하다.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소형 SUV 중에는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 판매를 이어 오고 있다. 그만큼 안정감이 있고 신뢰할 만하다. 90마력이라는 힘 자체는 아쉬움이 남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초반 힘으로 이를 극복한다. 높은 실연비는 여기저기서 언급돼 입 아플 정도다. 전체적으로 일상생활에 특화된 차다. SUV라고 하지만 오프로드는 금물. 어디까지나 도심형 소형 SUV다.
[2] 쌍용 티볼리 #MY_1st_SUV
“티볼리가 쌍용차였어?” 최근 지인과 대화 중 그가 건넨 말이다. 이제 티볼리는 티볼리 그 자체가 된 듯하다. QM3가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열고, 티볼리가 들어가서 자리 잡았다. 지난 2015년 등장한 티볼리는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시름에 빠져있던 회사를 살렸다. 2년 후 등장한 현대 코나와 함께 지금까지도 경쟁 모델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소형 SUV 1위를 차지하며 독보적,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티볼리가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대비 우수한 디자인과 패키징이다. ‘나의 첫번째 SUV’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티볼리는 초보 운전자 혹은 여성 운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짚어냈다. 수입차 미니(MINI)를 벤치마킹 했다는 귀여운 외모는 여성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소형 SUV 중에서도 꽤 덩치가 있어 타 소형 SUV에 비해 공간감이 좋은 편이다. 여기에 운전보조시스템, 열선시트 등 안전・편의사양을 두둑하게 채워 넣어 초보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운다.
잘 팔린다고 마냥 좋은 차는 아니다. 출시 초기 해외에서는 주행 성능과 관련해 가혹한 비판을 받은 전례도 있다. 이는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일 뿐 우리나라에선 꾸준히 잘 팔렸다. 첫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일반 주행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초창기 불안하던 주행 질감과 승차감 등은 변경을 거듭하며 대폭 개선됐다.
[3] 현대 코나 #새로운_발견
패스트 팔로어 현대차가 만든 소형 SUV다. 제품력과 똑똑한 상품 구성으로 한편으론 얄밉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한 발 늦게 내놨지만 발군의 주행감각과 다채로운 옵션 구성을 갖춰 현재 티볼리와 국내 인기 소형 SUV 투톱이다. 불과 2년 전 현대차에게 코나는 파격 그 자체였다. 차의 외장 디자인은 물론이고, 이 차를 소개하기 위해 등장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모습도 그랬다. 이례적으로 정장이 아닌 흰 반팔티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 정 부회장은 코나를 몰고 미디어 앞에 나섰다.
마냥 귀여운 기존 소형 SUV들과는 조금 다르다. 전반적으로는 둥글지만 곳곳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여성 고객이 70%라는 티볼리와 비교해 남성 고객 비율이 꽤 높은 편인 이유 중 하나다. 코나는 소형 SUV 중 안정적인 주행 감각이 단연 돋보이는 차다. 티볼리와 비교해 조금씩 비싸지만, 컴바이너 타입의 헤드업디스플레이 등 첨단 편의 사양과 국내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접하면 그만한 지불은 감수할 수 있다. 다만 생각보다 좁은 뒷좌석이 흠이라면 흠이다.
특히 숨막히는(?) 트림 구성은 이 차의 장점이다. 심지어 2000만원대의 한 트림을 세 가지로 나눴다. ‘모던’ 트림 하나를 ‘모던팝’, ‘모던테크’, ‘모던아트’ 식으로 나눈 것이 한 예다. 디자인 혹은 편의사양 등 본인이 힘주고 싶은 것에 따라 트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옵션에 가로막히고 저 옵션에 가로막혀 결국 풀옵션을 선택하게 하는 차들과는 조금은 다르다. (그래도 풀옵션이 좋긴 하다.)
[4] 기아 스토닉 #만능_엔트리_SUV
코나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지만 안타깝게 빛을 보지 못했다. 다른 소형 SUV에 비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없다. 이 점이 바로 이 차의 매력(?)이다. 다른 소형 SUV들은 범퍼에 장식을 붙이는 등 개성 강한 디자인을 뽐내고 있는데 반해, 스토닉은 담백하면서 차분하다. 평범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료될 만하다.
가성비를 앞세워 등장한 스토닉은 실제로도 소형 SUV 중 저렴한 편에 속한다. 스토닉 풀옵션을 동일 사양 적용 기준으로 티볼리, 코나 등 다른 소형 SUV와 비교하면 300~400만원 정도 저렴하다. 실제로 저렴한 만큼 부족한 사양도 눈에 보이긴 하지만, 연식・부분변경을 거치며 통풍시트 등 고객 선호 사양들로 채워가고 있다.
데일리카, 데일리룩 등 일상생활에서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앞에는 ‘데일리(daily)’라는 단어를 자주 붙인다. 일상용이지만 ‘데일리’를 붙이기 위한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실용성, 비용 등 전반적으로 무난함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스토닉은 일상 주행용, 데일리카로 제격이다. 군더더기 없는 소형 SUV를 찾는다면 스토닉이다.
[5] 현대 베뉴 #혼라이프_SUV
‘코나 만든지 얼마나 됐다고 뜬금없이 웬 또 소형 SUV?’ 하겠지만, 베뉴의 등장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코나가 출시되던 지난 2017년 6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코나보다 작은 SUV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첫 달 판매량은 1,753대. 신차인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높은 판매량은 아니다.
베뉴는 지금까지 언급한 소형 SUV 중에서 가장 작다. 그래서 티볼리나 QM3와 비교하기엔 뭔가 조금 부담스럽다. 비교 대상을 찾자면 기아 스토닉 정도. 뒷좌석 공간은 기아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와 같은 경차보다 살짝 넓은 정도다. 다만 스토닉보다는 높아서 SUV를 타는 느낌을 어느정도 살린 듯하다.
이 차를 구입할 사람들은 처음부터 정해졌다. 현대차는 ‘혼라이프’라는 단어를 만들어 써가며 타겟층을 확실히 구분했다. 1인 가구, 혼자 사는 사람. 구체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엔트리 SUV다. 크기는 혼자 또는 둘이 타기에 적당하다. 파워트레인도 단출하다. 1.6 가솔린 엔진 하나에 4륜구동 등의 옵션은 당연히 없다. 어떻게 보면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차다. 타겟층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기능들을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마련했다. 옵션을 고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총 6가지로 추운 겨울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는 적외선 무릎 워머, 반려동물 카시트 등 7개로 구성된 반려동물 패키지, 스마트폰 IoT 패키지 등이 있다. 다만 전동시트나 통풍시트 같은 선호도 높은 사양은 아예 고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6]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SUV #쎈_반전매력_SUV
C3 에어크로스 SUV 시승차를 받은 날, 귀여운 모습에 매료돼 지인들에게 사진과 모델명을 보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시트로엥이 뭐야?”. 우리나라에선 일단 브랜드 이름부터 낯설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푸대접을 받을 차는 아니다. 시트로엥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 브랜드다.
지금 소개할 이 낯선 브랜드의 소형 SUV는 이름부터 길다. C3 에어크로스 SUV. 코나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유럽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2018년 유럽 올해의 차 후보까지 오르는 등 이곳저곳에서 검증을 마쳤다. 올해 5월까지 20만대가 팔리며 유럽에서는 시트로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모델로 꼽힌다.
이 차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평화롭다. 요즘 자동차를 보면 베일 듯 날 선 디자인이 매우 많다. 이 가운데에서도 꿋꿋하게 곡선만을 사용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시트로엥 브랜드의 모든 차가 그렇다. 외관 뿐 아니라 실내도 마찬가지다. 두툼하고 넓은 직물 시트를 비롯해서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은 다른 소형 SUV와의 차별점이다.
귀여움이 이 차의 전부는 아니다. 어마어마한 실용성 또한 강점이다. 시트로엥은 예전부터 MPV, 즉 다목적 차량을 잘 만드는 브랜드였다.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 작은 SUV에 MPV의 노하우를 듬뿍 담았다. 뒷좌석 시트를 마치 레고처럼 당겼다, 접었다, 뉘었다 할 수 있다. 이 안에는 기다란 스키도 밀어 넣을 수 있다.
[7] 기아 셀토스 #하이클래스_SUV
가장 큰 소형 SUV다. 큰 소형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합쳐졌지만 오늘 얘기한 소형 SUV 중 가장 큰 차다. 내가 만약 셀토스였다면 이 대열에 끼기 조금 민망했을 수도 있겠다. 체격상 라이트급인데,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페더급으로 내려온 셈이다.
이 차를 접하고는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출출해요”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고봉밥에 12첩 반상을 차려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 말이다. 감사하지만 출출한 배를 채우는 덴 다소 과하다. 셀토스가 갖춘 스펙을 살펴보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할머니와 차이가 있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가격대도 다른 소형 SUV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그래서 기아차도 하이클래스 SUV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주행 성능이나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아쉬운 점은 없다. 가격대가 있는 만큼 사양들을 고루 갖췄다. 다만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저렴한 소재는 옥의 티다.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소형 SUV 중 유일하게 뒷좌석에 송풍구가 있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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