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스포츠 투어러, 스즈키 GSX-S1000GT

강명길 기자 2022-04-13 16:53:21

[오토캐스트=김준혁 모빌리티 저널리스트] 스즈키의 새로운 스포츠 투어러, GSX-S1000GT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디자인, 성능, 실용성, 그리고 가격까지 두루 만족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영역을 극단적으로 추구하지 않지만 여러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 결과, GSX-S1000GT 한 대로 두 장르를 맛볼 수 있다. 투어러라는 주 목적에 맞게 유유자적 편하게 달리다가 라이더가 원하는 순간, 스포츠 모터사이클처럼 맹렬하게 달리는 게 가능하다. 이런 이중성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엔진 덕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GSX-S1000GT의 직렬 4기통 999cc 엔진은 스즈키의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GSX-R1000의 것을 기반으로 한다.

태생이 슈퍼스포츠에 있는 만큼 GSX-S1000GT의 엔진은 고회전을 지향한다. 152마력의 최고출력이 1만1000rpm에서 나오고, 10.8kg.m의 최대토크가 무려 9250rpm에서 터진다. 하지만 굳이 레드존까지 엔진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엔진 회전수를 조금만 높여도 스즈키 4기통 엔진 특유의 풍성한 토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분 좋은 영역대는 5000rpm 근처다. 스로틀을 가볍게 감아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낮게 깔리는 배기음과 함께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기어비 긴 변속기가 더해져 주행 시 안락함까지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엔진의 중저속 회전대 힘이 부족하거나 변속기의 기어비가 짧으면 변속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러나 GSX-S1000GT의 엔진과 변속기는 다르다. 중저속 회전대에서 끊임없이 분출되는 토크가 긴 기어비와 만나 변속을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이 때 투어러로서 GSX-S1000GT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장거리 투어 시 바람 저항으로 인한 몸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공기역학적인 설계가 대표적이다. 그중 하나가 윈드 스크린이다. 시승을 한 GSX-S1000GT는 순정 옵션인 투어링 스크린이 적용돼 있다. 기본 스크린보다 높게 솟았음에도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 무엇보다 고속 주행 시 헬멧 위로 바람을 가볍게 흘려 보낼 만큼 방풍 성능이 뛰어나다.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프론트 카울도 빼놓을 수 없다. 좌우 상·하향등으로 구분된 헤드램프를 따라 양옆으로 엔진을 크게 감싸는 카울에서 공기를 효과적으로 가르기 위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슈퍼카의 ‘플라잉 버트리스’ 같은 공기 통로부터 자그마한 윙렛까지 여러 디테일을 더해 장거리 고속 주행 시 몸에 닿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과 관계없이 GSX-S1000GT는 한 눈에 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만큼 디자인이 멋지고 개성 넘친다. 스즈키를 상징하는 파란 차체에 순정 옵션인 사이드 케이스 한 쌍이 더해진 GSX-S1000GT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처음부터 사이드 케이스 장착을 염두에 둔 설계 때문에 오히려 케이스가 없으면 허전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쪽의 용량이 동급 최대 수준인 36리터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없다.

투어러로서의 모습이 돋보이는 GSX-S1000GT의 또 다른 특징은 승차감이다. 스포츠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안락하다. 앞뒤 서스펜션의 가동 범위가 각각 120mm, 129mm에 불과할 정도로 짧지만 움직임이 부드럽다. 특히 과속방지턱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 때 뛰어난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준다. GSX-S1000GT의 탁월한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이나 코너를 달릴 때에도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이 노면의 웬만한 충격을 처리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덜하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GSX-S1000GT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주행 모드를 투어에 적합한 B에서 스로틀 반응이 훨씬 날카로워지는 A로 바꿀 때의 모습이 극적이다. 엔진 회전수를 1만rpm까지 높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낮게 깔리던 배기음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고음으로 음색을 바꾼다. 고회전에서 일순간 폭발하는 힘과 날카로운 소리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깜짝 놀랄 만한 속도대에 진입한다. 이 때만큼은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다.

물론, 일부 극단적인 주행 상황에서 GSX-S1000GT는 안락함을 추구하는 투어러로서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속도를 좀 더 높이거나 뱅킹각을 깊게 가져가는 상황 말이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탓에 스로틀을 급하게 열거나 온 힘을 다해 제동을 하면 피칭이 다소 심하게 발생한다. 프론트 카울로 인해 차체 무게 중심이 앞쪽에 쏠려 고속 코너링 시 몸을 좀 더 적극적으로 써야만 한다는 것도 어떤 이에겐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GSX-S1000GT의 주 영역인 투어 상황에서는 이런 모습을 만나기 어렵고 불만을 느낄 수도 없다.

무엇보다 GSX-S1000GT의 일부 단점과 아쉬운 점은 1800만 원대 중반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앞에서 사라진다. 객관적으로도 GSX-S1000GT는 스포츠 모터사이클과 투어러, 양 쪽의 장점이 돋보인다.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에서 이식 받은 엔진,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구성, 안락한 승차감, 돋보이는 디자인, 풍부한 전자장비까지 여러 부분에서 만족도가 뛰어나다. 그런데 부담까지 덜하다. 2000만 원 안팎의 예산 범위 내에서 스포츠 투어러를 찾고 있는 라이더 입장에서는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GSX-S1000GT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터사이클 중 하나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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