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바뀌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내놓는 모델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들의 탄소 배출량을 맞춰야만 하고 전체 평균을 낮춰야 하니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속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에 있는 것이다. GLE 350 e 4매틱 쿠페 역시 그런 모델들 중 하나다.
GLE 350 e 4매틱 쿠페는 지난 10월에 국내에 출시됐다. GLE 쿠페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3세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이 더해진 모델이다. 시승차는 AMG 라인답게 도트 무늬가 바둑판 형상으로 되어 있고 언더 가드에도 유광 크롬을 사용했다. 오프로드 가면 언더 가드가 긁힐 테지만 벤츠가 이런 걸 고려하진 않았을 거다. GLE 쿠페를 타고 오프로드를 갈 사람은 많지 않다. 쿠페형 SUV답게 루프라인이 아주 매끈하게 빠졌다.
외관에서 주목해야 할 건 헤드램프다. 84개의 LED로 만든 멀티빔 헤드램프다. 미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아주 훌륭한 오브제다. 헤드램프는 수공예품과 같은 뛰어난 디테일들을 자랑한다. 여기에 교통 상황에 따라 반응을 하면서 운전자의 시야를 충분하게 확보해주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 운전자의 눈부심도 방지해준다. 게다가 반사가 강한 교통표지판을 마주했을 때는 헤드램프가 알아서 조명의 강도를 낮추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주행모드를 오프로드 +로 선택할 경우 헤드램프가 넓고 밝게 주변을 비춘다는 것이다. 코너링할 때 켜지는 조명도 계속 켜진다. 이런 기능은 야간에 예상치 못한 지형을 만났을 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다.
GLE 350 e 쿠페의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최고출력 134마력(100kW), 최대토크 44.9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힘을 합친다. 배터리 용량은 31.2kWh로 저기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66km다.
GLE 350 e의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 오프로드가 있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모드인 배터리 레벨과 일렉트릭 모드가 추가된다. 배터리 레벨은 쉽게 말해 배터리 충전 모드다. 가솔린 엔진만으로 주행하며 배터리 충전량을 운전자가 정해놓은 수준까지 올리는 기능이다. 목표치에 도달하면 전기모터를 적당히 활용하면서 그 목표치를 유지한다. 에너지 회생 제동 수준은 운전의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D 오토. D+, D, D-, D—로 조절 가능하다.
보닛 아래에는 M274 엔진이 들어간다. 2012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만든 엔진으로 진동이나 소음이 좀 큰 걸로 유명했다. 내부적으로 많은 수정을 거쳐 진동과 소음을 정말 잘 잡았다. 고속에서는 정말 혀를 내두를 만하다. 그런데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특히 모터에서 엔진으로 힘의 바통이 넘어갈 때 4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이 좀 느껴진다. 물론 당연하다. 이 차는 4기통 엔진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벤츠라는 이름값과 1억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게 사실이다. GLE의 럭셔리한 공간하고 어울리진 않는다.
시승에 앞서 승차감을 기대하기도 했다. GLE 350 e 쿠페에 댐핑 조절 시스템이 들어간 에어매틱 패키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노면의 상황과 속도,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지능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불규칙한 노면을 달릴 때 각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승차감을 안락하게 만든데 고속으로 주행할 때에는 알아서 차체 높이를 낮춰 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승차감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움직임이나 승차감이 왜 기대보다 못 미치지 살펴봤는데, 문제는 배터리의 위치에 있다. 차체 하부나 뒷좌석 아래에 넣는 다른 브랜드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과는 다르게 벤츠는 이걸 트렁크에 위쪽에 얹었다. 그만큼 무게 중심이 높아졌다는 걸 이야기한다. 무게 중심이 높으면 출발할 때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체 앞뒤 쏠림이 커지고 코너링 할 때도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주행 감각이나 승차감이 떨어지게 된다.
물론 장점도 많다. 같은 급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선 배터리 용량이 가장 커 전기로만 갈 수 있는 주행가능거리도 66km로 가장 길다. 하지만 그동안 벤츠가 보여준 편안한 승차감과 안락함이 아니었다.
대신 럭셔리 SUV답게 첨단 주행 보조시스템과 안전, 편의장비도 잘 챙겼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를 살펴보면 도로에 설치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와 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곡선구간, 통게이트, 원형교차로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경로기반 속도조절 기능이 들어간다. 또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제동과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은 기존 30초였던 재출발 시간이 60초까지 연장됐다. 이외에도 액티브 스티어링 어시스트, 하차 경고 어시스트 등이 포함된다.
GLE 350 e 쿠페의 가격은 1억1760만원이다. 그래도 벤츠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벤츠라는 이름의 걸맞은 움직임과 승차감은 아니었다. 물론 GLE와 GLE 쿠페에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에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 모두 시승했는데 주행과 승차감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는 아마도 플러그인하이드리드 모델에서만 보이는 것 같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라는 게 과도기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벤츠 브랜드를 생각하면 과도기 기술마저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원하는 벤츠다.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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