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4세대 스포티지를 시승할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네 바퀴를 굴리는 모델을 탔었는데 그 힘과 움직임의 조화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회전 영역에서든 힘을 쭉쭉 밀어 넣으며 경쾌하게 움직였다. 엔진의 회전도 부드럽고 소음도 크지 않았다. 단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국산 준중형 SUV의 숙성도가 느껴지는 시승이었다.
얼마 전 시승한 5세대 스포티지는 6년 전 4세대에서 받았던 그 이상의 충격을 선사했다. 특히 엔진과 전기모터의 어우러짐, 힘을 받아내는 탄탄한 섀시, 차에 스며든 첨단 기술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게 인상적이다. 물론 디자인에서 오는 충격도 존재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날카롭고 형이상학적인 앞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니 각자 판단할 문제다.
신형 스포티지는 현대 쏘나타 8세대에서 쓰는 N3 플랫폼을 가져다 썼으며 186마력을 내는 2.0리터 디젤 엔진(8단 자동)과 180마력을 발휘하는 1.6T 가솔린 엔진(7단 DCT), 그리고 230마력을 내뿜는 1.6T 하이브리드(6단 자동) 총 세 가지 파워트레인이 들어간다. 재미있는 건 판매하는 시장 사정에 따라 숏휠베이스와 롱휠베이스로 모델을 이원화했다는 점이다. 국내와 중국, 북미, 오세아니아 등지에서는 롱휠베이스를,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에서는 숏휠베이스를 판매 중이다.
시승차는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4.2kW짜리 전기모터가 힘을 합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에서 이미 선보인 조합이 들어간다. 하이브리드답게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을 깨우지 않는다.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매끈하게 움직이다 엔진을 회전하는데 그 과정이 사뭇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경험해본 하이브리드들을 떠올려보면 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가는 간극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세팅하는 반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살짝 거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주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진짜 장점은 놀라운 연비에 있다.
스포티지는 자동변속기에 들어가는 동력 변환 장치인 토크컨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토크컨버터는 유체로 엔진 토크를 변환해 동력을 전달하는데 동력이 직접 연결돼 전달하지 않고 유체를 거쳐 전달하기 때문에 일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무게도 무거워 연비에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티지는 하이브리드의 동력 제어를 총괄하는 하이브리드 컨트롤 유닛에 독자 개발한 변속 제어 로직 알고리즘을 추가, 가속 성능과 연비는 물론 변속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변속기 내부 마찰을 최소화해 내구성까지 챙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 주행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다. 다른 것도 있다. E-라이드와 E-핸들링이다. E-라이드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주행 중 과속방지턱 같은 요철을 지날 때 전기모터의 힘들 줄이고, 뒷바퀴가 요철 구간을 벗어나면 전기모터를 가속시켜 실내로 전달되는 상하 요동을 줄인다. E-핸들링은 전자식으로 조향 제어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앞서 언급한 E-라이드와 유사하게 작용한다. 주행 중에 운전대를 한쪽으로 돌릴 때 전기모터의 힘을 줄여 부드럽게 선회하고 운전대를 반대로 틀어 전기모터를 가속시켜 복원력을 높인다. 앞뒤 바퀴 축에 걸리는 하중을 이용해 조향 응답성을 개선했다는 의미다. 속도에 따라 뒷바퀴를 좌우로 움직이는 뒷바퀴 조향만큼은 아니지만 저속에서의 주행 편의성과 고속에서의 민첩성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스포티지의 주행과 가속은 굉장히 경쾌하다. 하긴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에 들어가는 엔진을 준중형 SUV에 얹었으니 말해 무엇할까? 초반에는 모터가 차체를 이끌고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어느 영역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운전대 뒤에는 패들시프트도 위치한다.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한층 더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가솔린 엔진과 진기모터의 조합으로 진동과 소음도 적은 편이다. 승차감 역시 꽤 나긋하고 핸들링도 자연스럽다.
인상적인 건 230마력의 힘을 받아내는 탄탄한 섀시다. 이전까지 스포티지의 섀시를 보면 출력에 비해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5세대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섀시의 잠재력이 상당히 높다. 주행보조장치도 역시 살뜰히 챙겼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측방 모니터, 하이빔 보조등 등이다.
이번 스포티지는 모난 곳이 없다. 그동안 기아차가 가진 모든 걸 잘 정리해 녹여낸 느낌이다. 그만큼 스포티지만의 색도 분명하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경쟁자, 현대 투싼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파워트레인이나 플랫폼이 똑같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스포티지를 먼저 시승했던 이다일 기자의 말처럼 디자인만 보고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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