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2013년 현대차는 야심차게 ‘투싼 ix35 퓨어셀’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때 환경오염 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고 부산물로 순수한 물만 나온다. 이런 점에서 수소연료전지차는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수소 생산 비용은 높았고 충전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당연히 판매는 지지부진했고 미래차 연료라던 수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멀어져 갔다. 그러다 2018년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9년 1월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을 이유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는 수소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생산량을 620만 대로 확대하고 발전용 연료전지 15GW를 보급한다”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37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가 미래 연료로 각광을 받으면서 함께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그린 수소’다. ‘수소면 수소지 그린 수소는 무엇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린 수소 없이 수소 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소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 종류가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나뉜다. 수소 앞에 붙은 색깔만으로도 이미 눈치챈 사람이 있을 거다. 생산 방식이 얼마나 깨끗, 친환경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그레이 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수소를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는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등이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산물로 나오며, 천연가스 개질은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특히 천연가스는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베출을 줄이는 수소가 블루 수소다.
그린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데, 수소와 산소만 생산되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나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단가가 높아 상용화에 어렵기 때문이다. 부생수소는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2000원 미만, 천연가스 개질은 2700~5100원이 들지만 수전해로 생산되는 그린 수소는 1kg당 9000~1만 원의 비용이 들어 2~5배가 비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소 연구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지난 6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병현 박사팀은 하나의 금속 산화물에서 온도 조절만으로 나노 입자의 조성을 최적화해 더 많은 산소와 수소를 발생시키는 촉매 생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성능이 좋고 내구성이 높은 수전해 촉매를 이용해 저렴하게 그린 수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에는 정운호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 팀은 고온·고압에서 암모니아를 분해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기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그린 수소의 경제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는 지난 8월 20일 ‘한국 2050년까지 수소사회 실현 가능한가?’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산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의 수소경제 활성화 전략이 탄력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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