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EQS 450+ 일렉트릭 아트, 다시 솟은 삼각별
2024-11-12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쉐보레 차로 캠핑을 떠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차는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다. 가장 먼저 캠핑 테마를 정했다. ‘가볍고 간소하게’. 그럴듯하게 포장하자면 ‘캠프닉’(캠프와 피크닉의 합성어, 피크닉 가듯 가볍게 떠나는 캠핑을 의미)이다. 이를 정하고 나니 차를 고르는 것은 쉬웠다. 혼자 운전해서 떠나기에 부담없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다. 트레일블레이저를 타고 미니멀 캠핑을 떠났다.
짐은 최소로 꾸렸다. 캠핑 의자 하나, 간이 테이블 하나, 과일과 접시. 딱 세 덩이의 짐만 챙겼다.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 아래쪽을 발로 휘저었다. 짐이 적은 데다가, 트렁크는 폭이 넉넉해 짐을 툭툭 올려 놓아도 충분했다. 트렁크의 입구가 좁거나 공간이 제한적이면 길고 큰 짐을 실을 때 성가시기 마련. 트레일블레이저는 그렇지 않다. 소형 SUV에 속하지만 덩치가 꽤 큰 편이기 때문이다. 소형 SUV계의 생태계 파괴자로 등장했던 기아 셀토스보다 크고, 르노삼성 XM3보다 작다.
차에 짐을 싣고 운전석에 올랐다. 트렁크에서 느꼈던 넉넉함은 1열에도 이어진다. 소형 SUV 답지 않은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머리 위쪽에 남는 공간이 많아 오랜 시간 운전을 하더라도 답답하지 않다. 썬루프까지 열면 개방감은 더욱 커진다. 공간감 뿐만 아니라 수납 공간도 넉넉하다. 중앙 센터페시아 하단과 콘솔박스에는 넓은 수납 자리가 있다. 원형 컵홀더 안쪽에는 가로와 세로에 홈이 패여 있어 필요에 따라 구획을 달리할 수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소형 소지품을 비좁은 컵홀더 안에 욱여 넣을 필요가 없다.
다음은 자동차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내비’와 ‘음악’을 세팅할 차례. 먼저 내비게이션 사용을 위해 애플카플레이 연결했다. 케이블은 필요없다. 무선 애플카플레이가 적용돼 있어 휴대폰의 블루투스 기능만 켠다면 바로 연결 가능하다. 휴대폰 충전은 무선충전패드로 해소할 수 있다. 여행길 분위기를 한껏 띄울 음악도 틀었다. 7개의 보스 프리미엄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깔끔하고 단단한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도심을 빠져 나오는 길. 가볍게 움직이는 운전대는 도심 운전에 여유를 더한다. 묵직한 운전대로 운전하던 운전자라면 당황할 수 있을 만큼 가볍다. 하지만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을 빠져나올 때 수월하다. 운전대가 가볍게 돌아간다고 해서 조향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헐거운 느낌 없이 운전대의 움직임에 따라 차는 빠릿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전방 시야와 후방 시야는 탁 트여 좋은 편이다. 다만 두툼한 룸미러가 전방 신호등을 가리는 등 시야를 방해할 때가 종종 있다.
막히는 도심길을 빠져나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RS 트림. RS는 ‘Rally Sports(랠리 스포츠)’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그런만큼 스포티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엔진도 1.2 가솔린 터보 엔진 대신 배기량을 조금 더 늘린 1.35 가솔린 터보 엔진을 넣었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발휘하며 소형 SUV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주행 초반 약간의 머뭇거림은 있지만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거침없다. 터보 엔진의 한계인 터보랙(turbo lag, 가속 반응 지연 현상)은 최소화하면서도 고속에서 꾸준히 밀어주는 힘 덕분에 도심과 고속도로 등을 오가는 일상 주행에 부족함이 없다. 변속감은 부드러우며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안정감 있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은 부드럽게 처리하면서도 차의 움직임이 다소 출렁이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고속이나 곡선 구간에서는 오히려 안정적인 자세로 주행을 이어간다.
고속도로를 1시간 가량 달려 포천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캠핑 사이트로 가기 위해선 짧지만 꽤 거친 산길을 거쳐가야 했다. 부서진 모래와 흙, 크고 작은 돌이 사방에 깔린 경사로를 만나자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기어레버 주변에 위치한 사륜구동 버튼을 길게 눌렀다. 이 차에는 FWD(전륜구동) 모드와 AWD(사륜구동) 모드를 상시 전환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전륜과 후륜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자동 분배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없는 것보단 나은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화면에 구동력 배분을 표시해주진 않는다는 것.
숲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차를 세웠다. 챙겨온 짐을 풀고 의자와 테이블을 펼쳤다. 과일을 먹고 잠시 눕고 싶어 차로 향했다. 누울 공간은 충분했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이어지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트렁크바닥 높이는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바닥을 위로 올리면 시트와 트렁크 바닥이 평평하게 이어진다. 완전히 평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트를 깔면 보완할 만한 수준이다. 이 공간은 요즘 뜨는 ‘차박’에도 충분하다. 170cm 정도의 키라면 다리를 뻗고 충분히 누울 수 있다. 전고도 높아 바닥에 허리를 세워 앉아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2열까지 꽉 채운 파노라마 선루프는 누워서 하늘을 보기에도 제격이다.
별다른 캠핑 장비 없이 피크닉 가듯 가볍게 떠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했던 이날의 캠핑은 성공적이었다. 가볍게 떠나니 피로감도 없었다. 이날의 캠핑은 함께한 시승차 트레일블레이저와도 닮았다. 작고 가벼운 SUV이지만 넉넉하고 충분했다. 차급이며 엔진이며 모두 작은 축에 속하지만 섬세한 편의사양을 비롯해 충분한 공간 활용성과 기동력을 갖춰 제법 넉넉하고 풍요로운 캠핑을 제공했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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