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길어진 ‘르노 캡처’ 짤막 시승  

이다정 기자 2020-05-13 19:20:43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오랜만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 르노 ‘캡처’다. 캡처는 원래 캡처였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태풍의눈 엠블럼을 달고 QM3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던 모델이다. 그러다 2세대 신형 모델로 바뀌면서 르노의 캡처로 제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QM3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연구개발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만든다.

캡처는 QM3의 풀체인지 모델이다. 외관만 보면 이전 모델과 비슷해보이지만 뼈대부터 다르다. 르노의 최신 CMF-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르노삼성이 얼마 전 출시한 XM3와 같은 뼈대다. 차체 크기를 키우고 QM3의 약점으로 자주 언급했던 편의 및 안전사양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 없던 가솔린 모델까지 추가했다.

동글동글한 인상의 QM3는 얼핏 SUV인지 해치백인지 구분 짓기 어려웠다. 하지만 캡처는 누가봐도 든든한 모습의 SUV다. 근육질 형태의 디자인에 크기가 커졌다. 차체크기는 전장 4230mm, 전폭 1800mm, 전고 1580mm, 휠베이스 2640mm. 이전 세대 대비 전장과 전폭은 각각 105mm, 20mm 길어지고 넓어졌다. 휠베이스는 35mm 늘어났다.


크기가 커지면서 실내 공간 역시 한층 여유로워졌다.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가 늘어나며 뒷좌석 무릎 공간은 최대 221mm까지 확보했다.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등 타 브랜드의 소형 SUV와 비교해봐도 무릎, 발밑, 머리 등의 공간은 전반적으로 넉넉한 수준이다. 여기에 2열석 시트 하단 중앙에 위치한 레버를 잡아당기면 시트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앞뒤로 최대 16cm까지 조절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실내는 이전 모델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오히려 르노삼성자동차의 최신 모델인 XM3가 떠오른다. 실내에 차이가 있다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콘솔이다. 일명 ‘플라잉 콘솔’이라고 부른다. 전자식 변속기를 적용해 부품을 덜면서 콘솔 아래 부분을 수납 공간으로 활용했다. 다만 이 공간은 ‘에디션 파리’에서만 볼 수 있다. 즉 전자식 기어레버는 최상위 트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트림은 기계식 변속기를 쓴다.


캡처의 수납 공간은 여전히 넉넉하고 활용성이 좋다. 서랍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10L짜리 글로브박스는 이전 모델보다 더욱 사용하기 수월해졌다. 글로브박스 왼쪽 편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서랍이 반쯤 저절로 툭 튀어나온다. 덕분에 운전 중 글로브박스에서 급하게 물건을 꺼내야 할 일이 생길 때 운전자는 시선을 크게 빼앗기지 않고 열 수 있다. 2열석의 경우 암레스트는 없지만 500ml 페트병을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도어 포켓이 마련돼 있다.

실내를 훑어보면 그동안 QM3를 통해 쌓아왔던 프랑스차에 대한 편견을 해소한 모습이다. 꽤 풍부한 편의사양이 곳곳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열석에는 송풍구와 USB 2개, 12V 소켓이 적용됐다. 또 에스프레소 컵이 들어갈 만했던 컵홀더는 크기가 더욱 커졌고 시트 등받이 각도 조절은 수동 다이얼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시장에 맞게 하이패스, T맵 내비 등을 적용했다.


시승차를 타고 서울 워커힐 호텔과 팔당대교를 오가며 약 1시간을 달렸다. 시승차는 1.3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에디션 파리 모델. 르노의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인 이니셜 파리 전용 인테리어를 기본 적용했다. 소형 SUV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급감을 집어 넣었다. 퀼팅 가죽에 브라운 스티치로 포인트를 더한 시트를 비롯해 대시보드, 플라잉 콘솔, 도어 패널, 암레스트 등에 고급 가죽 마감을 적용했다.

파워트레인은 1.3 가솔린 터보 엔진과 함께 7단 습식 DCT를 적용했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3.5km/l다. 르노삼성 XM3와 동일한 조합으로 주행감도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단단한 승차감에 가속감이나 주행감은 부드럽다. 출력은 일상 주행을 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DCT 특유의 저속에서의 울컥임이나 언덕길에서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살짝 뒤로 밀리는 현상은 느껴진다.


이날 르노 관계자는 “캡처는 XM3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하지만 캡처는 유럽 고객 성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차량이고 XM3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차”라며 “캡처는 한국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한국에서 약간의 튜닝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XM3와 성능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낄 것이지만 민첩한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유럽의 성향이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다양한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돼 든든한 마음으로 주행할 수 있다. 초보운전이나 첫 차로 캡처를 운영할 경우 유용한 점이다.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S, 차량/보행자/자전거탑승자 감지),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 차선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LKA),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BSW)이 디젤 및 가솔린의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갔다.


수입해서 들여오는 모델이기에 옵션 선택이 국산차에 비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의 경우 가솔린 모델에만 적용되며 오토매틱하이빔은 디젤의 엔트리 트림에서 빠진다. 아울러 360도 주차 보조시스템과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어라운드뷰모니터시스템 역시 최상위 트림인 가솔린 에디션 파리 모델에만 적용이 된다. 9.3인치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로 에디션 파리에만 적용된다. 나머지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캡처에 제공되는 첨단사양을 모두 누리기 위해선 2748만원을 지불해야한다는 얘기다.

캡처의 가격에 대해 르노 관계자는 “수입차 특성상 옵션 구성을 다양하게 가져가기 어려운만큼 가격대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쟁모델로 기아 셀토스를 들며 “풀옵션 기준으로 셀토스 2륜 풀옵션 모델(2864만원)과 가격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최고가가 116만원 정도 낮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캡처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2013년부터 유럽시장에서 판매됐던 베스트셀링 SUV다. 70여개 국가에서 지금까지 150만대 이상 판매해왔으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유럽 콤팩트 SUV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르노의 대표 모델 중 하나다. 유럽의 대표 소형 SUV가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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