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EQS 450+ 일렉트릭 아트, 다시 솟은 삼각별
2024-11-12
[오토캐스트=정영철 기자] ‘왜 무엇인가 이렇게 아쉬울까?’ 이전까지 소위 ‘국민 첫차’라 불리는 차들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작은 차체, 왜소해 보이는 휠, 아쉬운 실내 재질, 빈약한 성능 등 저렴한 가격대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지만 아쉬웠다.
첫 차를 구매하는 일반적인 소비층의 나이는 주로 20대에서 30대에 집중되어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개성을 중시하며 좋고 나쁜 것을 꼼꼼히 비교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부분까지 놓치기 싫어한다. 소위 합리적인 동시에 ‘멋’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소비층이다. 이런 소비층에게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까지 가장 보편적인 차를 선택지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젊은 층을 겨냥한 모델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SUV 인기를 반영하듯 새로운 소형 SUV들의 출시가 두드러졌다. 르노삼성에선 XM3라는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고 이 시장에 등장했고 전통의 베스트셀러 현대의 신형 아반떼까지 등장하며 이제는 세단과 SUV가 경쟁하게 될 것을 예고했다. 마침 두 차를 동시에 시승해 볼 기회가 생겼다.
# 외관 디자인
르노삼성 XM3와 현대 아반떼 모두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르노삼성 XM3는 이전까지 대중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차를 내놨다. 소위 말하는 ‘쿠페형 SUV’로 껑충한 차체 높이에 유려한 루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이전까지 이런 형태의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쿠페나 GLE 쿠페, BMW의 X4와 X6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XM3는 그것과는 또 조금 다르다. ‘쿠페형 SUV’보다 ‘SUV형 세단’이 더 어울리는 느낌의 디자인이다. 예전 볼보 S60 CC와 더 가까운 느낌이다.
아반떼는 전형적인 세단이다. 아반떼도 패스트백 형태의 유려한 루프라인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3박스 형태의 세단에선 탈피한 모습이다. 아반떼의 디자인적 특징은 서패이싱(surfacing)이다. 현대에서 말하길 ‘보석 세공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다. 차량의 앞과 뒤는 물론 옆면에도 아주 특징적인 면을 만들어 냈다. 전반적으로 기하학적 도형을 많이 사용했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제일 많이 갈리는 부분 중 하나다. XM3가 조금 더 둥글둥글한 이미지라면 아반떼는 뾰족뾰족한 이미지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 세 가지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프로포션, 실루엣, 스탠스라고 할 수 있다. 프로포션은 XM3가 더욱 안정적인 모습이다. 휠베이스는 2720mm로 동일한 반면 XM3의 짧은 앞뒤 오버행이 차량 전체의 비율을 탄탄하게 만든다.
실루엣은 두 차량 모두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스탠스의 경우 XM3의 18인치 휠과 껑충한 최저 지상고, 근육질의 뒷휀더가 다부진 자세를 만들어낸다. 아반떼는 17인치 휠이 빈약해 보이는 스탠스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전형적인 앞바퀴 굴림 세단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스탠스를 만든다. 또한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리어 윈도우와 C필러에 의해 특정 각도에서 차의 리어엔드가 불안정해 보일 때가 있다.
반면 조금 더 부분적인 요소를 뜯어보면 신형 아반떼가 아주 흥미로운 요소를 곳곳에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디테일과 서패이싱에서 현대 아반떼가 한층 더 현대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요소에선 XM3의 내공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아반떼의 화려하고 독특한 표면 처리와 디테일은 사람들 시선을 확 끌어모음과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보완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
#성능
시승한 차량은 XM3 TCe260 모델로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kg.m를 발휘하는 1.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아반떼의 경우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를 발휘한다. 수치상의 차이는 운전을 해보면 드러난다. 두 모델 모두 강력한 펀치를 느끼기엔 부족한 힘이지만 약 30마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XM3에 탑재된 게트락 7단 DCT는 변속에 지체가 없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제법 스포티한 변속에도 쉽게 응해준다. 하지만 정차 후 차량을 출발할 땐 살짝의 울컥임을 동반하고 오토홀드 기능을 사용한 후 출발할 땐 브레이크가 풀리는 시점이 느려 울컥임이 부각된다. 부드러운 변속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아반떼에 적용된 IVT(무단변속기)의 느낌이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라 예상된다.
#승차감
또 하나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승차감이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승차감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할 부분에선 부드러운, 정말로 잘 조율된 느낌을 전달해 줬다. 소나타의 승차감도 그랬고 i30 N라인의 승차감은 감동을 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이렇게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이유 때문일까. 신형 아반떼를 타고 주행을 시작하자 아래쪽에서 전달되는 텅텅거림이 엉덩이로 전달됐다. 몇 분 지나고 나서 뭔가 익숙한 승차감이 생각났다. 택시를 타면 항상 느껴지는 그 특유의 느낌, 그것과 비슷하다. 큰 요철을 지나갈 때 특히나 심했다.
반면에 XM3의 승차감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유의 작은 진동들은 아반떼나 XM3 두 차량 모두 비슷하게 전달하지만 이 급의 차에선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XM3는 과속방지턱 같은 큰 요철을 넘어가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아반떼보다 한 급 위의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 실내 공간
아반떼는 실내 공간이 넓기로 유명하다. 신형 또한 마찬가지다. 이전 모델보다도 넓어졌다. 특히 뒷좌석 무릎 공간은 광활하다. 헤드룸과 발밑 공간이 좁긴 하지만 넓은 레그룸을 이용해 몸을 살짝 틀어보면 편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등받이 각도도 편해 장거리 여행 시 뒷자리에서 편하게 졸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XM3의 뒷자리 공간의 장점은 바로 여유로운 발밑 공간이다. 무릎 공간은 아반떼에 비하면 적지만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동시에 헤드룸은 174cm의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제법 넉넉하다. 전반적으로 뒷좌석은 두 차 모두 편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놨다.
1열 공간에서의 차이는 디자인의 차이로 귀결된다.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 실력은 사실 실내에서 빛을 발한다. 현대적이면서도 스포티한 공간을 완성하고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하나로 잇는 최신 스타일을 적용해 스타일리쉬하다. XM3의 1열 공간은 사용하기엔 편리하고 부족함 없지만 형태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뒤처졌다. 반면에 사용한 플라스틱 재질들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여 손이 직접 닿는 부분의 재질에만 신경 쓴 아반떼에 비해 마감이 좋다.
#총평
이전까지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지 않았던 카테고리의 두 차량이 이제는 정면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특히, 2392만원의 아반떼(가솔린 1.6 인스퍼레이션)과 2532만원의 XM3(TCe260 RE시그니처)는 가격적인 면에서도 분명히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눈을 쉴 새 없이 바쁘게 만드는 아반떼의 디자인과 보다 안정적인 XM3의 디자인 사이에서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디자인이 분명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XM3의 디자인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반떼의 디자인은 내가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그려보고 싶은 디자인’이지 내가 직접 ‘타고 싶은 디자인’은 아니다. 여기에 훌륭한 승차감, 뛰어난 실내 품질 등 직접 경험을 하고 나니 마음은 완전 르노삼성의 이 독특한 차로 기울었다. 첫차를 고민하고 있는 20대 30대 소비자들에게 XM3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cdyc37@gmail.com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