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럭셔리 SUV 판매량의 상승세가 거세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시리즈는 물론이고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대당 2억원에서 5억원에 이르는 SUV의 국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올해 수입차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고급 SUV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포르쉐의 SUV 카이엔은 수입차협회 집계 기준으로 대당 1억20만원인데 올해만 누적 1461대가 판매됐다. 차량 가격과 판매량을 곱한 매출액으로는 1463억원에 이른다. 럭셔리 차량의 대명사와 같은 롤스로이스 역시 SUV 컬리넌을 출시하고 올해 국내에 20대를 판매했다. 수입차협회에 등록한 대당 가격은 4억6900만원.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93억원에 이른다.
벤테이가를 출시한 벤틀리 역시 마찬가지다. 2억9500만원의 벤테이가는 총 69대 판매됐다. 총 203억원이다. 고급 세단 뮬산이 4대 판매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브랜드 전체가 올해 SUV를 판매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억원대의 수입 럭셔리 SUV 시장은 국내에서 지난해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가 신차를 내놓으며 시장을 확대했고 전통적으로 고급 SUV를 표방하던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라인업을 확장하며 꾸준히 외형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람보르기니까지 SUV 우르스를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서 시승행사를 개최하는 등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국내에서 이미 200대의 우르스를 사전계약했고 오는 3분기부터 출시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럭셔리 SUV는 대당 판매 가격이 높아 기존 수입차 업계의 매출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를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포르쉐를 살려낸 대표주자로 꼽히는 SUV 카이엔의 매출액은 토요타자동차가 올해 국내에서 판매한 전체 차종의 매출액과 비교될 정도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토요타는 올해 4935대를 판매했고 매출액은 1854억원이다. 포르쉐가 카이엔 단일 차종으로 146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럭셔리 SUV 시장의 확대는 예고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럭셔리 SUV 업계의 홍보 담당자는 “고급 SUV 시장은 이미 수요가 충분했던 시장”이라며 “1억원대에서 오가던 고급 SUV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보다 조금 더 고급의 값비싼 자동차 시장이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4억원에서 5억원에 이르는 고급 세단 시장은 기업체의 오너, 재벌을 포함한 흔치 않은 부자들이 주로 업무용 혹은 의전용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대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에서 SUV를 내놓으면서 사용 방법이 확장됐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서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고급 세단은 팬텀 엑스트라휠베이스 모델이 7억4000만원, 팬텀이 6억3000만원인데 비해 SUV 컬리넌은 4억6900만원이다. 벤틀리의 뮬산 역시 4억7000만원이데 비해 SUV인 벤테이가는 2억9500만원이다. 람보르기니 역시 스포츠카 우라칸은 2억9000만원~4억1000만원대, 아벤타도르는 5억700만원대인 것과 비교해 SUV 우르스는 2억5000만원에서 시작한다.
한편, 럭셔리 SUV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확장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사후관리에 빈틈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 이들 브랜드는 SUV 출시 이전에 국내에서 적게는 수십대 규모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SUV의 출시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차들의 정비를 포함한 사후관리 여력에 의문이 생긴다.
단순히 살펴봐도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의 브랜드는 국내에 해당 브랜드 담당자가 없거나 그룹 차원의 사무실에 1명 정도가 상주할 뿐이다. 또, 딜러망 역시 기존의 단독 딜러 구조에 매장도 많지 않아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대응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협회의 통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 들어 판매한 1억원 이상 SUV는 총 31종, 4140대다. 이 차들의 판매가격을 합친 매출액은 5117억원에 이른다.
오토캐스트 이다일 기자 auto@autoc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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