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19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자동차를 살 때 붙는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섰다. 승용차 및 RV 등에 적용되는 자동차 개별소비세율을 3.5%에서 1.5%포인트 낮추겠다는 것. 2500만 원의 자동차는 46만 원 가량 싸진다. 단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차와 화물차 및 승합차는 예외다.
내수 침체, 국내 판매량 부족 등이 전망되면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가 큰 ‘자동차 개소세 인하’라는 카드를 꺼낸다. 지난 2001년을 시작으로 정부는 여러 차례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실시했으며 2015년 9월에 이어 약 3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개소세는 특정 물품이나 용역의 소비에 대해 특정 세율을 선별적으로 부과하는 소비세로 주로 보석·고급 모피제품·승용차·경마장·골프장 등 사치성 및 고급 소비재 품목이 과세 대상이다.
지난 2015년 개소세 인하 기간에는 월 평균 1만 대 정도가 더 팔리며 직전 3개월보다 판매가 7.3% 늘기도 했다. 그러나 한시적인 세금 인하인 만큼 그 효과 역시 일시적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해당 정책이 끝나면 오히려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이번 개소세 인하를 통해 소비 및 고용 효과로 GDP(국내총생산)가 0.1% 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급작스런 발표에 대부분의 업체는 당황한 기색이다. 지난 2015년 이미 사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사전 준비 기간이 있었던 반면 이번엔 정부가 깜짝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에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영업 현장에서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딜러에서는 기념품이나 할인 등으로 적절히 조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수입차 업계는 수입자동차협회 등을 통해 이런 사안에 대해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소세 인하 결정에 가장 발 빠른 모습을 보인 곳은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8일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와 동시에 주요 차종에 대한 추가 할인, 노후 차량 교체 등을 포함한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차종 별로 21만 원에서 최대 87만 원까지, 제네시스는 69만 원에서 288만 원까지, 기아차는 29만원에서 171만 원까지 소비자 가격이 낮아진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7년 이상 경과 노후 차량 교체시 3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앞서 발표한 7월 기본 할인 조건에 더해 개소세 인하가 적용되는 19일부터 추가 할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엑센트, 아반떼, i30, 쏘나타, 쏘나타 HEV, 투싼 등에 대해 20만 원, 아반떼와 투싼의 경우 기존 기본 할인 조건 50만 원과 30만 원에 추가 할인을 더해 각각 70만 원, 5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기아차는 K3, K5, K7, 스포티지, 쏘렌토, K5 HEV, K7 HEV에 20만 원의 추가 할인을 적용한다. 마찬가지로 K5 및 K7, 스포티지는 기본에 제공되던 할인에 이번 추가 할인까지 더해져 각각 50만 원, 50만 원, 100만 원이 할인된다.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이후 그날 오후 늦게나 다음날 차종별 할인 가격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와 같은 개소세 인하와 연계한 프로모션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쌍용차는 개소세 인하에 따라 차종별로 30만 원에서 82만 원까지 가격이 낮아진다. 단 렉스턴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는 법규상 각각 화물차와 승합차로 분류돼 개소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쉐보레는 7월 한 달간 올 뉴 말리부의 판매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100만원 인하하며, 개소세 인하로 최대 60만원 추가로 가격이 인하된다.
르노삼성차는 차종 별로 트림에 따라 26만 원부터 최대 71만 원까지 인하한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SM6 45만 원~60만 원, SM7 63만 원~71만 원, SM5(단일 트림) 40만 원, SM3 26만 원~37만 원, QM6 45만 원~64만 원, QM3 40만 원~47만 원, 클리오 36만 원~42만 원이다. 르노삼성차는 “할인지원 프로모션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확정될 경우 보도자료를 통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국산차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 현대·기아차만 정부의 발표에 맞춰 가격 할인 정책까지 한꺼번에 내놓았다”며 “정부가 깜짝 발표한 것인데 어떻게 특정 업체만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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