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서울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시승차 ‘트위지’를 받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주차된 트위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사람 없는 새벽에 다시 가지러 올까...?’ 작년부터 우리나라에 판매되기 시작한 트위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신기한 자동차였다.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귀여운 외모에 2미터가 조금 넘는 초소형차이지만 존재감만큼은 주변을 지나던 슈퍼카 못지 않았다.
주목받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고민했다. 시선과 질문 세례를 함께 이겨낼 동승자를 구하기로 했다. 덩치는 작아도 2인승인 트위지가 고마운 순간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선배를 불러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성큼성큼 트위지로 향했다. 차 안으로 손을 집어 넣고 레버를 당겨 문을 열었다. 트위지 문은 시저스 도어(Scissors Doors) 형식이라 날개를 펼치듯 위로 열린다. 문을 열 때는 레버를 당기면서 문짝 아래 쪽을 살짝 잡고 들어줘야 쉽게 열린다.
운전석에 앉으니 실내는 단순 그 자체다. 무인도에 갈 때 꼭 가져가야 할 물건들을 챙기 듯 운전할 때 꼭 필요한 것만 모아 놓았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배터리 상태, 속도, 시간 등 기본적인 요소만 표시한다. 자동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 왼쪽에 버튼 식으로 돼 있다. 주행(D), 중립(N), 후진(R)이고, 주차(P)는 없다. 대신 차량 왼편 안쪽에 짧은 봉 형태로 핸드 브레이크가 있다.
가로수길을 출발해서 집까지 총 가야 할 거리는 약 30km. 배터리는 반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선배를 내려 주고 집 근처에 있는 역촌 공영 주차장에 들러 충전을 하기로 했다. 트위지는 초소형 전기차 운행 기준에 따라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없다. 핸드폰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할 때 ‘자동차 전용 제외 혹은 이륜차 전용’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차가 막히는 시간이라 최적 경로와 이륜차 전용 경로의 도착 예정 시간은 별 차이가 없었다.
내비 안내를 따라 강남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트위지는 좁은 골목과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올 때 진가를 발휘한다. 커다란 트럭이 주차돼 있는 골목길도 무리 없이 빠져 나온다. 일반 주차칸에 두 대는 거뜬하게 주차할 정도의 크기이니 말 다했다. 작은 차체로 좁은 도로를 쉽게 빠져나가는 트위지의 발군에 감탄하고 있는 순간 뒷자리에 앉아서 지켜보던 선배가 한 마디 했다. “사람들이 한 번씩 다 쳐다보는데?” 시승 하는 내내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벗어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위지의 숙명이려니 했다.
도로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중엔 요철을 지날 때 시트에서 허리를 살짝 떼는 요령이 생겼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감각은 꽤 뻑뻑하다. 평소보다 페달은 꾹 밟고, 운전대는 세게 돌려야 한다. 살짝만 밟아도 멈추는 요즘 자동차의 브레이크나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운전대와는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운전하다보면 곧 익숙해진다. 오르막이 심한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뒤로 살짝 밀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땐 핸드 브레이크를 걸거나 잽싸게 가속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차체 대비 높고 안정적으로 자리한 타이어 덕분일까. 일반 주행이나 코너링을 할 때 안정감은 상당한 편이다. 특히 코너를 돌 때 민첩하고 정확해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제원상 트위지의 최고속도는 80km/h이지만 85km/h 정도까진 무리없이 달린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위잉하는 소리를 뱉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가 꽤 크다. 핸드폰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달려보려했으나 그것까진 무리였다.
40분 가량 달려 서울 역촌 공영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기차 충전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트위지와는 상관 없다. 트위지는 가정용 220V 일반 콘센트로 충전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허가를 받고 전기차 충전소 근처 기둥에 있는 콘센트 구멍을 찾아 그 옆에 차를 대고 차 앞머리 덮개를 열어 콘센트를 꺼내 꼽았다. 충전을 하는 동안 선배와는 늦은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배터리를 반쯤 채우고 진짜 목적지인 집으로 향했다. 공영 주차장 요금은 친환경차 할인을 받아 3시간에 1700원을 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했고 길거리에 사람도 없었다. 날씨까지 좋았다. 트위지를 마음껏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사실 트위지에는 냉난방 시스템 뿐만 아니라 창문이 없어 구매 예정자나 구매자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운 좋게도(?) 시승 당일 날씨가 좋아 이로 인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르노삼성차는 창문 옵션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거나 액세서리 판매 등으로 불편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사실 시승하면서 가장 신경쓰이고 불편했던 것은 바람 들어오는 창문도, 사람들의 질문 세례도 아닌 ‘충전’이었다. 카페나 집 안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220V 소켓이지만 자동차를 충전하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반 전기차와 달리 별도의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 편할 것 같지만 아파트나 높은 건물이 보편화돼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충전이 쉽지 않다. 220V 소켓이 있는 주차장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 지하 주차장의 경우 공용 전기라 사용할 수 없다. 며칠 잠깐 시승하는 것이어서 공용 콘센트에 태그를 설치하는 식의 방법을 쓰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다행히 그 다음날 집 근처 1층 건물에 양해를 구해 충전할 수 있었다. 완충하니 주행가능거리는 88km가 떴다.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회 충전 시 50~60km주행이 가능하다. 또 어떻게 주행하느냐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10km 범위 내에서 늘었다 줄었다 한다.
트위지는 도심형 운송수단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차다.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판매를 시작한 유럽에서는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 뿐 아니라 카셰어링 차량, 도시 투어 차량, 공공업무 차량 그리고 법인 운송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베르사유 궁전 공원 내 업무 차량으로도 트위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두바이에서는 순찰차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차량 운행이 많고 배달 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 업무 차량, 음식 및 택배 등 배달차량, 단거리 업무 차량 등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전만 쉽게 할 수 있다면 개인용으로도 일상 생활권 내에서 가볍게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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