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아침 8시 40분, 쌍용차 평택 본사 앞 정문은 조용하지만 긴장감이 살짝 머물렀습니다. 주주총회 때문인지 평소보다 경비 인력도 많았습니다.
안내에 따라 주차를 마치고, 주총 참석 명부에 이름을 적습니다. 본사 및 공장 내에서 진행되는 주총이었기에, 하루 전 확보한 위임장을 내밀고 간신히 입장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업회생절차를 마치고, 2년 만에 다시 열린 주총 분위기는 엄숙하지만 차분했습니다. 주총 의장으로 나선 쌍용차 정용원 대표는 개회 선언에 이어 "올해 완벽히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쌍용차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고객이 쌍용차에 기대하는 것에 집중해 최단 시일 내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이날 주총의 주요 안건은 KG그룹 곽재선 회장과 쌍용차 정용원 대표 등 주요 이사 재선임 건과 정관 변경 건이었는데요.
우선 정관 변경을 통해 '쌍용자동차'에서 'KG모빌리티(KG Mobility)'로 사명 변경이 확정됐습니다. 1988년 동아자동차에서 쌍용자동차로 바뀐 이후 35년 만입니다. 쌍용차 이름으로 열리는 주총도 이번이 마지막이네요.
사명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인증 중고차 및 특장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과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어 정관에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전환사채에 대한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이미 회사는 앞서 108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는 이르면 오는 4월로 전망되는 주식 거래 재개를 염두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쌍용차는 이달 15일 2022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며, 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에서 해제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주총에서 별다른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 많은 주주들이 회사 주식 거래 재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외 이사 임기를 2년으로 통일하고, 주요 이사의 재선임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는데요. 모든 안건이 빠르게 통과되며 30여분 만에 주총을 마무리했습니다.
주총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회사 내 언덕 화단에 '쌍용자동차'로 심어진 조경 나무들이 뽑히고 있습니다. 다음번 평택 공장을 방문할 때는 'KG' 이니셜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네요.
2009년 쌍용차 사태 직후, 수습기자로 현장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사라지는 그 이름 아래 여러 굴곡들이 머릿속을 지나쳤는데요. 이날 정용원 대표가 약속한 '존경받는 기업 그리고 자랑스러운 회사'가 진정으로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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