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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9] ‘푸조 508’에 한 짐 싣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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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달 살기’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푸조 508의 이야기다. 마지막 숙소로 향하는 길, 신형 푸조 508을 타고 베르사유 궁전 주변의 좁다란 골목을 빠져 나온다.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건물과 도로 변에 일렬로 주차돼 있는 나이든 왜건, 해치백 사이를 헤치고 나오자니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뉴 푸조 508은 모든 것을 바꿨다. 완전히 새로워진 실내외 디자인과 푸조의 최신 기술・감성을 조화롭게 버무렸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오직 푸조・시트로엥에 바친 디자이너 질 비달(Gilles Vidal)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프랑스를 지나다 보면 푸조 508의 지난 모델을 심심찮게 마주치는데 외관이나 실내 모두 조금은 투박하다. 일반적으로 ‘세단’하면 떠올리는 그런 차다. 이번 신형 508은 완전히 다르다. 멋을 한껏 부렸는데 과하지 않다.

먼저 우아하고 매끈한 쿠페 비율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프레임을 없앤 창문을 더해 스포티한 느낌을 배가했다. 세로로 날카롭게 뻗은 LED 주간주행등과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풀 LED 테일램프로 푸조만의 옷을 입었다. 테일램프를 가로로 길게 이은 검은 면 때문인지 뒷모습은 마치 로봇 얼굴 같다.

운전대를 잡고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프랑스 서북부 지방 노르망디로 간다. 최종 목적지는 노르망디 지역의 도빌(Deauville). 베르사유에서 약 2시간 거리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대부분이고 도시를 빠져나가고 들어갈 때 곳곳에 교차로와 좁은 도로가 많다.

운전석에 앉으니 푸조의 최신 차량에서 볼 수 있는 실내 디자인이 눈에 띈다. 푸조 3008, 5008 SUV에서 보던 실내 디자인이 푸조 508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세단에 어울리도록 차분하게 다듬어졌다.

푸조 특유의 조그마한 팔각형 운전대 위로 솟아 있는 12.3인치 계기판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충실하다. 헤드업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운전할 때 시선 분산을 대폭 줄여준다. 3008・5008에서 대시보드 위로 솟아 있던 터치스크린은 송풍구 아래로 내려 왔다.

기어 레버와 가깝게 자리한 터치스크린은 3008이나 5008의 돌출형 터치스크린보다는 조금 불편하다. 운전 중 실내 온도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때 시선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계기판과 조금 더 비슷한 높이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해당 정보를 계기판에 보여주기 때문에 시선 분산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는 덜 수 있다.

130마력의 1.5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푸조 508은 부드러운 변속 질감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경쾌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수치상으로 눈에 띄는 출력은 아니지만 저속에서 초기 반응이 빨라 신속하게 교차로에 진입해야 하거나 추월할 때 유용하다. 고속에서는 1.5L, 130마력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속도를 붙이는 데 거침이 없고 안정적이다.

고속 주행 시 낮게 깔리는 듯한 주행 감각도 인상적이다. 여기엔 이전보다 낮아지고 넓어진 디자인과 가벼워진 무게가 한 몫한다. 508의 전장과 전고는 기존보다 각각 80mm, 60mm 줄고, 전폭은 20mm 늘었다. 무게는 기존보다 70kg 가벼워졌다.

드라이브 모드 간 차이는 크지 않다. 508은 노멀, 스포츠, 에코 등 3가지 드라이브 모드가 있다.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기어 두 단을 낮추며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그러나 이도 잠시 2~3초도 안 되어 기어 단수는 금세 제자리를 찾는다. 배기음이나 핸들링 감각 역시 큰 변화는 없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도빌로 진입하는 길. 원형 교차로를 연속 4번 만났다. 이 때 핸들링은 작고 가볍지만 헐겁지 않다. 정교하고 직관적이다. 원하는 만큼 운전대를 돌리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날카롭게 찔러 들어간다. 특히 좁은 골목을 빠져 나가거나 교차로가 많은 유럽 지역에서 그 진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은 2열보다 1열에 더욱 집중한 모양새다. 루프 라인이 가파르게 떨어진 디자인이다보니 2열의 머리 공간은 무릎 공간에 비해 부족하다. 머리가 닿는 부분을 움푹하게 디자인했지만 한계는 있다. 2열석에 등을 붙이고 앉아 고개를 돌리면 루프와 C필러가 연결되는 부위가 시야를 가려 다소 답답하다.

뒷유리가 함께 열리는 해치형 트렁크를 지닌 508의 적재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2열석 시트 한쪽을 접고 28인치 캐리어 1개, 24인치 캐리어 2개 및 각종 백팩과 에코백을 싣고 3명이 이동했다. 다만 가파르게 기울어 있는 트렁크 모양 때문에 큰 짐을 끝까지 싣는 것은 무리다.

신형 푸조 508은 국내에 올 하반기 1.5디젤과 2.0디젤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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