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MKC, 조용하고 고급스런 럭셔리 소형 SUV

이다일 기자 2019-01-14 01:36:29
수입차의 재미는 이런데 있지 않을까. 대중적인 인기를 노리기보다는 작은 시장을 고려한 멋진 차 말이다. 링컨의 MKC 역시 그런 차다. 소형 SUV 차체를 가졌지만 실내는 럭셔리다. 대형 고급 세단보다 조용하며 가솔린 엔진의 주행 감성은 부드럽다. 숨겨진 보석 같은 차다. 크고 넓고 강한 차를 지향하는 세상에서 이런 존재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 가솔린 SUV의 맛
 
링컨 MKC를 시승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새로움. 엔진 시동 버튼은 엉뚱한 곳에 들어있으며 변속기도 역시 버튼 타입이다. 대시보드를 천천히 살펴봐야 이 차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대리운전을 불렀다면 십중팔구 시동 거는 방법을 설명해야할 터. 
일단 인포테인먼트 좌측 상단의 시동 버튼을 누르고 주행을 시작한다. 시트는 앉는 순간 부드럽다. 그리 크지는 않아서 바싹 조이는 느낌이지만 부드러운 촉감이 만족스럽다. 운전석의 앞뒤 공간은 의외로 넓다. 운전자를 위해 시트가 앞뒤로 움직이며 탑승을 돕는 기능도 있다. 시동 버튼 아래의 변속기 버튼에서 D를 누르고 주행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일단 조용함을 설명하자면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들어갔다.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과 반대 주파수를 스피커로 내보내 귀를 속이는 기술이다. 문짝의 유리는 이중으로 접합했다. 중간에 공간을 두어 소음 유입을 억제한다. 모두 국산차로 치면 최고급 대형 세단에 들어가는 기술이다. 소형 SUV에서 만나니 새롭고 반갑다.
 
부드러움은 2.0리터 GTDI 가솔린 엔진과 6단 변속기 덕분이다. 최고 출력은 245마력(㎰)이고 최대 토크는 38.0kg.m다. 미국의 고급 브랜드 링컨의 4기통이다. 6기통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출력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주행 질감은 매우 부드럽다.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서스펜션이 모두 부드러움을 지향한다. 여기에 말랑한 시트까지 힘을 합치며 푹신한 느낌을 전달하니 탑승자는 고급 세단에 앉은 느낌을 받는다.
가속을 시작하면 상시 사륜구동인 인텔리전트 올 휠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계기반 앞에도 작동 상태가 보인다. 앞, 뒷바퀴에 동력을 배분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물론 운전하는 동안 집중하며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잠시 살펴보니 일반적인 도로의 가속에서도 앞과 뒷 바퀴에 동력을 정교하고 배분하고 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앞바퀴에 힘을 쏟지만, 추월을 위한 가속이다. 출발에서는 모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가솔린 SUV에 연비를 위한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을 더했다. 우리나라 가솔린 SUV에서는 보기 힘든 기능이다. 복합기준 공인 연비는 리터당 8.5km. 고속도로에 올라서야 리터당 10.3km의 성적을 낸다. 수치만 살펴보자면 중대형 가솔린 세단과 비슷한데 이 차는 사륜구동이고 SUV인 것을 고려하면 나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최근의 자동차 연비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부족한 연비다.
#  최고의 개선, 라디에이터그릴 디자인 변경
 
2018년부터 MKC는 얼굴을 바꿨다. 이 차에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것이다. 기존에는 가로로 길쭉한 날개 모양의 그릴을 사용했다. 링컨의 자동차가 대체로 그랬듯 디자인에서 무엇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은 아주 작은 변화로 차를 호감형을 바꾸었다. 링컨의 앰블럼을 형상화해서 반짝이는 크롬을 더한 그릴은 안정감 있고 고급스럽다.
그다지 높지 않은 차체는 SUV라고 말하기 어색할 정도다. 1640mm의 높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탑승하는 자세나 차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자세 모두 편안하다. 실내에 앉으면 세단보다 조금 더 높은 운전석에서 차이를 느낀다. 운전하기에는 편리하고 타고 내리고 짐을 싣기에도 편리하다. 길이는 4550mm로 주차 부담도 없다. 2690mm의 휠베이스는 이 차가 뒷좌석까지 넉넉한 공간을 갖췄음을 말해준다. 
 
최근 쿠페형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C필러를 낮게 눌러 뒷좌석 헤드룸이 좁아지는 추세가 이어지지만 MKC는 절묘한 선까지만 유행을 따랐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그리 좁지 않은 실내는 파노라마 썬루프와 만나 개방감을 더한다. 링컨이 작은 SUV를 만들면서 의외로 꼼꼼하게 신경 썼다는 느낌을 준다. 
뒷모습은 개성 있다. 가로로 길게 들어간 빨간 조명은 특히 밤에 빛난다. 다소 어색한 일자 눈썹 모양이었는데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이제는 익숙하다. 이외 비슷한 디자인의 국산차 리어램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런데 링컨은 과거 디자인에도 이런 모양을 사용했다. 꽤 오래된 일이다. 시인성도 좋고 디자인도 어색하지 않다. 
 
리어램프까지 모두 들어 올리는 트렁크 문짝은 이 차의 특징이다. 소형 SUV인 만큼 공간 활용을 위해서 노력한 점이 보인다. 트렁크 높이 역시 적당해서 짐을 싣는데도 편리하다. 발동작으로 열고 닫는 것 역시 편리한 옵션이다. 좀 더 본격적으로 짐을 실으려면 뒷좌석을 접으면 된다. 끝이 약간 올라오는 형태로 마무리되지만 넓고 긴 짐을 실을 수 있다. 
 
# 오래 타야 느껴지는 승차감
 
우리나라에서 SUV는 디젤 엔진이 익숙하다. 아마도 공식처럼 디젤을 선택한다.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다가는 엄청난 기름값에 큰 난리가 날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연간 주행거리가 1만km도 안 되는 자동차가 수두룩하다. 보험사에서 마일리지 할인을 받는 차도 그렇다. 비록 소음이나 진동은 아쉽지만 연비 좋은, 장거리 달리기 좋은 디젤을 선택하는 상황은 일부에서는 비합리적인 소비로 볼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은 보다 단순하고 기술에 들어가는 비용. 소위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적어 값이 싸다. 일반적으로 동급 가솔린 차가 200~300만 원 저렴한 것이 그 이유다. 연비는 조금 떨어지지만 조용하고 부드럽다. 차를 타는 동안 만족도가 높다. 가속도 부드럽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소리도 조용하다. 
오래 타야 이런 차이를 느낀다. 소음, 승차감, 효율을 생활 패턴에 맞는지 확인하는 데에는 적어도 1년이 걸릴 것. 이 차는 주행거리가 많지 않고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지만 주차를 포함한 일상생활에서 작은 차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다일 기자 auto@autocast.co.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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