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전기차 싸움이야!’ 전통과 신생 브랜드가 맞붙은 LA 오토쇼

기자 2021-11-18 17:15:55


[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오는 19일(현지시각) 2021 LA 오토쇼가 로스엔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흘간 열린다. LA 오토쇼는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LA라는 지역의 명성과 자동차 판매량을 생각하면 자동차 브랜드가 쉽게 관심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임에도 월드 프리미엄 신차 공개를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차들을 출품한다. 출품되는 자동차의 수를 보면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릴 만큼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 만에 열린 LA 오토쇼는 현대·기아차를 비롯 토요타, 포르쉐, 아우디, 볼보, 알파로메오 등이 33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하고 총 1000여 대의 자동차를 전시할 예정이다. 포르쉐 카이맨 GT4 RS를, 혼다 시빅 Si 등 고성능 모델의 출품도 눈에 띄지만 올해 열린 다른 모터쇼와 마찬가지로 LA 오토쇼 역시 다수의 전기차가 출품하며 ‘전기차 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와 신생 전기차 업체 간의 대결 구도가 도드라진다.

현대차는 이번 LA 오토쇼에서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최초 공개한다.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이 특징이다. 세븐은 유려한 루프 라인과 긴 휠베이스로 세븐만의 비율을 구현한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5와 디자인적인 궤를 같이 하진 않지만 아이오닉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헤드램프, 리어램프 등에 적용했다. B 필러가 없는 코치 도어가 들어가고 운전석부터 3열까지 플랫 플로어로 이뤄져 다양한 방식으로 실내를 구성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천장에다가 77인치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현대차가 세븐을 공개한다면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미래형을 떠올리는 EV9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해 세븐과 크기나 구성은 비슷하다. 디자인은 큰 차이를 보인다. 유려한 생김새가 세븐의 매력이었다면 EV9은 커다란 박스카를 연상시킨다. 곳곳에 직선으로 면과 면 사이르를 구분하고 풍성한 볼륨도 최대한 자제했다. 눈에 띄는 건 앞모습이었는데 내연기관차에서 썼던 디자인 전통인 ‘타이거 노즈’를 전기차와 어울리는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로 발전시켰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조금 낯선 스바루 역시 전기차 솔테라를 공개한다. 네바퀴굴림 방식으로 토요타와 함께 개발한 e-스바루 글로벌 플랫폼을 얹는다. 토요타 bZ4X 모델과 기술공유 및 공동 개발을 거친 것으로 사실상 리배징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스펙과 공간 역시 거의 동일하다. 앞뒤 모습과 휠 등을 스바루 전용으로 다시 디자인했다. 게다가 주행 감각에 있어 스바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차체 제어 시스템, 기계식 스티어링 시스템 등으로 조향 감각을 살렸다고 한다. 솔테라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키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자동 주차도 가능하다.

이에 대항하는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피스커는 LA 오토쇼에서 SUV 전기차 오션을 공개한다. 오션은 파산 위기까지 갔던 피스커의 사활이 걸린 모델이다. 생김새가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전기차답게 그릴은 없고 범퍼에 벌집 모양에 패턴을 넣어 역동성을 강조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가로로 가늘게 만들어 날카로움을 살리고 독특한 모양의 윈도우를 달아 개성을 강조했다. 실내는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구성했다. 전기차답게 버튼 수를 상당히 자제했고, 조작 대부분은 센터패시아에 자리잡은 16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담당한다. 오션은 2022년 11월부터 정식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빈그룹 계열사인 빈패스트 역시 내년 미국 시장에 출시될 전기차 VF e35, VF e36을 공개한다. e35와 e36의 차이는 크기 차이다. e35가 D 세그먼트 SUV라면, e36은 E 세그먼트 SUV다. 두 모델 모두 외관은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일을 담당했다. 실내에는 15.4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다양한 편의 사양으로 상품성을 높였는데 두 모델 모두 레벨 3 주행이 가능한 14개의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등이 포함된다. 빈패스는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두 모델의 판매를 진행하고 향후 미국 전역 60개 이상 쇼룸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양한 자동차들의 출품 소식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열린 LA 오토쇼에 대해선 기쁨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LA 오토쇼 측은 33개나 되는 완성차 브랜드가 들어온다고 소개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와 같은 전통의 독일차 브랜드들이 빠졌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도 나오지 않는다. 돈이 많이 돌고 대중 교통의 밀도가 떨어지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고려했을 때 꽤나 매력적인 지역임에도 말이다. 완성차 브랜드라고 소개한 몇몇 곳은 양산차 생산 계획조차 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게다가 LA 오토쇼에서 출품하는 모델들은 많으나 이미 오토쇼 전에 발표했다는 것도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한다. 씁쓸한 상황이지만 무조건 안타깝다는 말에는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sk.kim@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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