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 자동차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혹은 사지 않는 이유는? |온라인구매 #03

기자 2021-11-15 10:17:42
편집자주/ 오토캐스트의 기자들이 매주 한 가지 주제로 총 3편의 기사를 심층 전달하는 연재 [오토캐] 이번에는 '자동차 온라인판매'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차를 판매하고 등록까지 하는 시대가 왔는데 과연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홈쇼핑, 인터넷을 통해 차를 구입한다는데 실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리해서 전달해드립니다.

[오토캐] 자동차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캐스퍼 계약부터 취소까지 진행해보니 |온라인구매 #01

[오토캐] 자동차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이유는? |온라인구매 #02

[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비대면의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도 온라인이 중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신차 발표 행사와 모터쇼 등이 온라인에서 열리고, 최근에는 판매까지도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에서 최근에 출시한 경형 SUV 캐스퍼다. 캐스퍼는 기존의 소비자가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영업사원과 만나는 구매 방식이 아닌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 고객 직접 판매 방식을 채택했다. 코로나19라는 상황과 인터넷 주문 방식이 익숙한 MZ 세대들이라는 캐스퍼의 주 고객층이 맞물리면서 현대차가 판매 방식을 달리한 것이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전시장 유지 비용이나 영업 사원의 마진 등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더 싼 가격에 차를 살 수 있고, 제조사에서도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다. 구매 절차도 오프라인보다 쉽고 빠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온라인 자동차 시장이 2025년까지 45억 달러(약 4조65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렇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온라인 구매, 왜 자동차 회사들은 즉각적인 실행을 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왜 소비자들은 꺼리는 걸까?

먼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 노조의 반대가 크다.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 노조는 온라인 채널에서 차를 판매하면 실적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기존의 전시장과 영업 사원의 일감 보호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인도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도입했으나 판매노조의 반대로 국내 온라인 판매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캐스퍼가 국내차 가운데선 100%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첫차인데 캐스퍼 이후로 출시할 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는 비단 국산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입차 딜러사에 근무하는 영업 사원들은 기본급이 없는 개인 사업자 개념이 보편화돼 있는데, 제조사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면 영업사원들의 이익이 줄거나 심지어 상당 수의 영업사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소비자 입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꺼려지는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자동차의 가격이다. 자동차가 비싼 만큼 무턱대고 살 수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에 있다. 집 다음으로 비싼 소유물인 자동차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시승해보고 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판매 패턴은 명품 가방과 비슷하다. 최근 MZ세대 덕분에 온라인 명품 구매가 전보다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량이 우세하다. 코로나 시국이었던 작년과 올해는 오히려 오프라인 명품 판매량이 계속 늘었다. 

온라인 구매를 마음 먹더라도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차체와 시트 색상, 소재 등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액세서리 옵션에서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실내 V2L’,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워크인 디바이스’ 등의 설명이 짧아 자동차를 잘 모르는 소비자나 차를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혼선을 주기도 한다. 영업사원이 하던 일을 고객이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불이익이 고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국산 브랜드의 자동차 영업사원에 따르면 실제로 온라인 구매를 알아보다가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할인 또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자동차의 경우 딜러사들의 정책이나 영업사원의 재량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크게는 수천만 원까지 각종 할인을 추가해준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에선 이를 적용할 그리고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국 처음부터 대리점을 통해 차를 사야 가장 저렴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고 후 영업사원 3종 세트라 불리는 블랙박스와 네비게이션, 틴팅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는 이미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하지만 넘어야 될 산이 많아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는 판매 노조와의 완만한 협상안을 제시해 그들의 반대를 막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에 따른 혜택 불균형 등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온라인 구매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sk.kim@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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