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와 SKT가 손을 잡다, XC60 B5 부분 변경 모델 시승기

기자 2021-10-12 12:14:05


[오토캐스트=김선관 기자] 부분 변경은 보통 자동차의 겉모습을 살짝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내·외관과 파워트레인 등 굵직한 변화와 개선을 하는 것을 완전 변경의 중간 단계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완성차 브랜드들이 완전 변경에 가까운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확실하게 끌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볼보 XC60의 부분 변경 모델의 외관은 언뜻 보면 이전 모델과 무엇이 다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볼보는 XC60의 디자인을 조금 보수적으로 가져갔다. 굳이 잘 만든 외관 디자인에 크게 손댈 필요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출시한지 3년이 됐음에도 외관 디자인이 요즘 출시하는 차보다 뒤떨어지거나 오래돼 보이지 않는다. 신형 XC60는 볼보의 상징인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외관 디자인의 중심을 잡고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을 넣었으며 범퍼와 공기흡입구에 넓은 차체를 강조하는 크롬바를 추가했다. 뒤에선 배기파이프가 자취를 감췄다.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내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번 부분 변경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다. 볼보는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3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시장과 환경에 특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XC60에 처음 적용했다. SK텔레콤에서 서비스 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티맵과 NUGU 음성인식 시스템,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 등이 들어가는데 기존 스마트폰과의 단순 연결에서 나아가 자동차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된 서비스다. 덕분에 자동차 기능을 음식인 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내 온도, 열선·통풍시트, 이오나이저 같은 실내 환경 조절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실행, 전화나 문자 전송, 음악 실행, 그날의 날씨와 뉴스 등을 버튼으로 누를 필요 없이 음성으로 제어 가능하다. 게다가 NUGU 스마트홈 컨트롤이 설치돼있다면 차 안에서 집 안의 조명, 에어컨, 로봇 청소기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을 최소화하고 운전대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어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에도 한몫한다.

시승차는 B5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된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데 8단 자동변속기로 네 바퀴를 굴린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된다고 해서 주행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스톱&스타트를 좀 더 늦추거나 저속에서 속도를 줄일 땐 미리 엔진 구동을 멈춰 깨알같이 엔진 소모를 줄인다. 물론 그 감각이 대단히 미세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몸으로 느끼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4기통 엔진인데도 그 질감이 아주 매끈하다. 소음과 진동 역시 그 수준이 높다. 2015년부터 4기통 엔진으로 모든 세그먼트를 소화하고 있는 볼보의 자신감이 묻어있는 듯하다. 초반 반응이 살짝 거슬릴 뿐이다. 250마력이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짜릿하지는 않지만 크게 답답하지 않은 가속 성능을 지녔다.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매끈하다. 네바퀴가 노면을 지그시 누르고 출렁거리는 느낌을 전달하면서 움직인다. 그렇다고 헐렁한 느낌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탄탄함이 하체를 단단히 잡아준다.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 코너를 연달아 달릴 때에도 허둥거리지 않고 네 바퀴가 노면을 움켜쥐고 달려나간다. 가솔린 모델이지만 고속에서의 엔진 소리는 제법 들이친다.

볼보는 원래 XC60가 품었던 주행 모드(컴포트, 스포츠, 에코, 인디비주얼)를 신형에 오면서 컴포트 모드와 오프로드 모드로 단순화했다. 다이내믹한 주행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지만 볼보의 운전자 성향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명민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변속기 아래에 있던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은 사라지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다.

인상적인 건 가벼운 운전대다. 운전대가 가벼워 손목이나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운전대를 자주 꺾어야 하는 시내 주행도 피로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스티어링 반응 역시 인위적이지 않고 차분하다. 경쟁모델이 많은 중형 SUV 시장에서 여느 브랜드들은 자극적인 반응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볼보는 편안함과 안락함으로 승부한다. 이런 이유 덕분에 볼보의 여성 운전자 비중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기도 하고.   

신형 XC60의 시작은 무척 산뜻하다.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2000대 넘었다. 요즘 볼보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XC60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V90 크로스컨트리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고 하니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sk.kim@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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