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아메리칸 럭셔리’ 캐딜락 막내 XT4 타보니

이다정 기자 2021-04-30 11:17:59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캐딜락이 변화를 시작했다. 과거의 무겁고 올드한 이미지를 벗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고 XT5, XT6 등 SUV 라인업을 강화한 데 이어 가장 작은 SUV ‘XT4’를 선보였다. 브랜드 최초의 콤팩트 SUV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보다 작고 경쾌한 모델을 통해 젊은층 공략에 적극 나선 것. 이 차 XT4를 시승했다. 

외관은 캐딜락의 다른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 라인과 램프, 그릴 등은 XT4 역시 캐딜락 태생임을 한 눈에 보여준다. 다만 브랜드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보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풍길 수 있도록 다듬었다. 캐딜락의 대표 디자인 L자형 DRL은 조금 더 날카롭게 다듬었고 그릴은 유광 블랙으로 채웠다. 후면부의 라이트는 다른 캐딜락 SUV에 붙은 L자형 라이트를 뒤집은 형태로 바꿔 달았다. 

측면 실루엣은 전후면보다 스포티한 인상이 강하다. C필러 부위를 경사지게 깎아 내려 차체가 낮아보이게끔 만들었다. 여기에 20인치 알로이휠과 타이어, 그 사이로 비치는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로 젊은층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곳곳에 적용했다. 전면부와 후면부를 이어주는 블랙의 루프레일, 창 전체와 차체 곳곳의 몰딩은 모두 유광 블랙으로 처리해 흔히 쓰이는 은색의 크롬 몰딩보다 차분한 인상을 전달한다. 

휠베이스는 2779mm로 결코 작지 않다. 이는 실내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2열 공간의 레그룸은 1004mm, 헤드룸은 970mm, 숄더룸 1400mm로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2열 탑승객의 정수리 부분까지 펼쳐진 파노라마 썬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좋다. 차박이나 캠핑 등 레저 활동이 잦은 사람들에게도 활용도가 높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37L, 2열을 완전히 접으면 1385L까지 나온다. 2열이 평평하게 접히는 점도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강점 중 하나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담백하다. ‘컷 앤 소운(Cut-and-sewn)’이라는 캐딜락만의 고유한 수작업 방식으로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했다. 시트, 대시보드, 도어 등 손이 닿는 곳 대부분 부드럽다. 다만 디스플레이 등 일부 인테리어 요소는 최신 혹은 첨단의 느낌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최근 많은 자동차에 적용되는 10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 대신 8인치 디스플레이를 센터페시아 중앙에 비스듬히 눕혔다. 계기판의 경우 중앙의 정보 화면만 디지털이고 양쪽의 속도계나 엔진회전계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차량 내에서 자주 쓰는 기능은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버튼으로 빠져 있어 사용성이 편리하다. 특히 애플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가 무선으로 연결돼 편리하고, 깔끔하게 사용 가능하다. 캐딜락 차량의 특징 중 하나인 카메라 미러는 XT4에도 들어갔다. 첫 사용 시에는 거울로 보는 것보다 시야가 넓어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유용하다. 화질이나 시야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다. 미러 아래 달린 레버를 조작해 거울과 카메라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 모드일 경우 버튼을 이용해 화면 축소 및 확대, 크기 및 밝기 조정이 가능하다.  

주행을 시작했다. 제원상 성능은 2.0L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수치면에서도 상위권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주행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부족함이 없고 경쾌하다. 매끄러운 9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저속에서든 고속에서든 반응이 민첩하고 부드럽다. 특히 터보랙이 두드러지지 않는 초반 가속 반응이 인상적이다.  

3스포크 형식의 스티어링휠은 크기가 꽤 큰 편이다. 또 운전대를 잡았을 땐 두툼한 림에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실제 조향을 시작하면 조작감은 가볍다.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편이다. 자잘한 진동이나 충격은 묵직하게 눌러주며 안정적인 움직임을 만든다. 단 실내가 정숙한 편은 아니다. 주행 질감은 부드러우나 엔진음이 정차 시 혹은 가속을 하는 내내 걸걸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속도를 높이면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도 완벽하게 막아내진 못한 모습이다. 

XT4의 연비는 복합기준 10.0km/l다. 실제 도심 위주 주행을 하는 동안 연비는 9~10km/l를 나타냈다. 캐딜락은 XT4 연비를 위해 엔진 발열을 자동 제어해 엔진 자체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액티브 서멀 매니지먼트 시스템(Active Thermal Management System)과 정속 주행 시 일부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 System),  속도에 따라 전면 그릴을 자동으로 여닫으며 엔진 쿨링 및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액티브 그릴 셔터(Active Grille Shutters)를 적용했다.

첨단운전보조시스템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Adaptive Cruise Control, ACC)과 충돌 경고 및 자동 제동 시스템, 진동을 통해 위험 상황을 경고해주는 안전경고시트(Safety Alert Seat), 보행자 감지 및 제동 등이 포함된 전・후방 자동 브레이킹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야간 주행시 방향 지시등 및 스티어링 방향과 연계해 진행 방향의 시야를 넓게 밝혀주는 코너링 램프 등을 적용했다.

이 밖에도 XT4는 브랜드의 엔트리급 SUV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1열 운전석 및 조수석 마사지 시트, 에어 이오나이저(Air Ionizer), 1열 열선 및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를 탑재했다. 여기에 보스 센터포인트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핸즈 프리 트렁크, 원격 시동시 실내 및 시트 온도 등을 제어해 운전자가 탑승하기 전에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주는 어댑티브 리모트 스타트 시스템 등도 적용했다.

캐딜락은 XT4를 선보이며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고 ‘영 아메리칸 럭셔리’ 포지셔닝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영(young)’ 이라는 단어를 별도로 붙일만큼 그동안 캐딜락은 어딘가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가 주를 이뤘다. 이날 시승해 본 XT4는 경쾌한 주행과 다양한 프리미엄 사양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우면서도 젊은 감성을 자극하기엔 어딘가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날 시승차는 북미 모델 기준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스포츠(Sport)’다. 국내에는 해당 트림만 판매하며 가격은 5521만원이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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