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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7270만원, 디스커버리 스포츠 타고 600mm 웅덩이에 들어갔다


다재다능한 랜드로버 엔트리 모델
부분변경 뛰어넘는 대대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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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캐스트=정영철 기자] 이번 겨울은 유독 날씨가 따뜻하고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추운 계절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쉬운 겨울이었지만 그래도 강원도는 내가 기대하는 겨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도로 옆 갓길과 풀밭 위에 쌓인 하얀 눈의 흔적과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반가웠다. 이런 주변 경관과 SUV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랜드로버의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와 시기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월 6일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출시했다. 부분변경이라고는 하지만 플랫폼까지 바꿔 신차와 맞먹는 수준의 상품성 개선을 했다. 이런 대수술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구동계를 탑재하기 위함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함으로써 점점 강화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효율성과 성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동계와 함께 적용되는 엔진은 각각 150마력, 18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디젤 엔진과 250마력을 발휘하는 가솔린 엔진 총 3가지다.

새로운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PTA)’ 플랫폼은 애초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탑재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플랫폼이다. 동시에 엔진 마운트를 하부로 옮겨서 무게 중심을 낮추고 강성도 기존 대비 13% 높여 승차감과 핸들링까지 개선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 D180 SE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엔진의 힘은 ZF 9단 자동변속기와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을 통해 도로에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오프로드 코스까지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우수한 정숙성이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경험할 때마다 저속에서의 소음과 진동이 항상 거슬렸는데,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 부분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17km/h 이하로 주행할 경우 디젤 엔진의 구동을 멈추는 MHEV 시스템과 새로운 플랫폼의 영향이다. 이런 정숙성은 고속주행 시에도 계속된다.

디젤 엔진의 구동이 어느 시점에 다시 개입하는지 느끼지 못할 만큼 전환이 매끄럽다. 또한, 고속 구간에 들어서도 풍절음 차단이 훌륭해 기대 이상으로 정숙한 실내공간을 유지한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패널의 단차를 42% 줄여서 풍절음 발생을 줄였다”고 밝혔다. 유럽차 특유의 단단한 하체 세팅은 고속주행과 와인딩 코스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약 1시간가량 운전해 찾아간 강원도 홍천의 모곡 레저타운에는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가 준비돼 있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 전,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ATPC(All Terrain Progress Control)는 노면 상태를 감지하고 이에 적합한 가속과 감속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시스템이다. ATPC를 작동하면 그때부턴 페달로 가속과 감속을 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 오른쪽의 +, - 버튼을 눌러 설정 속도를 조절한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훨씬 미세하고 점진적인 움직임이 가능해 가파른 언덕 코스와 내리막 코스에서 차량이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는 상황을 방지할 할 수 있다. 또한, 총 6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2로 눈길/잔디밭, 모래길, 진흙길 등 오프로드 주행 환경에 대비했다.

이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버튼 타입의 터레인 리스폰스 셀렉터를 사용했지만 변경된 모델에선 공조장치 다이얼과 터레인 리스폰스 다이얼을 공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다이얼을 ‘Auto’로 설정하고 오프로드 주행을 시작했다.

이날은 기온이 영하 5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였다. 오프로드 코스의 흙바닥은 며칠 전 내린 눈과 함께 얼었다가 다시 녹아 진창 상태였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서 약 30도 각도의 언덕 등판 코스에 다다랐다. 숨을 가다듬고 ATPC를 작동시킨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처음 언덕에 들어서는 순간에 살짝 바퀴가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이네 바로 접지력을 찾아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가파른 언덕을 오른 후 내려왔다.

다음은 범피(Bumpy) 코스다. 땅의 좌우를 번갈아 깊게 파 놓아서 바퀴 두 개가 허공에 떠 나머지 바퀴만으로 트랙션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필연적으로 차가 좌우로 뒤뚱거리지만 트랙션을 잡아가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난관에 부딪혀 차의 바퀴가 헛돌고 진흙이 마구 튀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인 수로 코스에 도달했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거의 휠하우스 윗부분까지 물이 차는 최대 600mm에 달하는 도강 능력을 갖췄다. 깊은 물에 들어가면 부력의 영향으로 그립을 찾는 것이 특히 더 어렵다. 또한, 배기구에 물이 들어가면 시동이 꺼져버리거나 배기 계통에 손상을 줄 수 있어 계속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이때, 다시 한번 ATPC가 역할을 한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계속적으로 차를 밀고 앞으로 나아간다. 도강 코스의 물 표면에는 설 얼은 얼음들이 깨져 차체를 두드린다.

창문을 열고 팔을 내리면 수면에 손이 닿을 수 있을 만큼 물이 차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차는 아무렇지 않게 수로를 빠져나간다. 내가 랜드로버의 차를 타고 오프로드 주행을 할 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너무나 쉽게 해낸다. 랜드로버의 엔트리급 차량이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마치 ‘랜드로버는 오프로드로 장난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정말로 하드코어한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만큼의 실력을 보여준다.

오프로드 주행이 끝난 후 차에서 내려 차량 밖을 확인했다. 흙탕물이 살짝 묻어 터프한 SUV 다운 모습이 부각된다. 이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거의 같지만 좀 더 어른스러워진 분위기를 풍긴다. 특유의 짧은 앞, 뒤 오버행 덕에 야무져 보이는 자세는 여전한데, 이 짧은 오버행은 단순한 형태적 요소 외에 오프로드 주행 시 진입각과 탈출각 확보를 위한 기능적 디자인이다.

차체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램프류와 범퍼의 디자인이다. 이전에는 앞, 뒤 램프에 동그란 그래픽을 적용했다면, 부분변경 모델은 각진 직선 그래픽을 사용해 날카로운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와 함께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범퍼의 좌우 에어벤트 디자인도 이전에 비해 얇고 섬세한 모양으로 변경했다. 전반적으로 형 뻘인 디스커버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실내 디자인은 언뜻 보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실 큰 폭으로 바꿨다. 우선, 전반적인 마감 소재를 업그레이드했다. 동일하게 플라스틱이나 우레탄을 사용하는 부분이라도 양질의 소재를 사용해 촉감과 내구성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실내 소음 감소의 효과도 얻었다.

가장 큰 변화는 송풍구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위치 변경 그리고 새로운 터치식 공조장치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디자인적인 정리를 함과 동시에 랜드로버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터치 프로2’를 적용해 사용성을 대폭 개선했다. 가운데 10.25인치 스크린의 해상도는 뛰어난 반면 터치 반응성은 최근 다른 브랜드의 시스템에 비해 느린 부분이 아쉽다. 공조장치 컨트롤도 최근 랜드로버에서 사용하는 터치와 다이얼을 통합한 형태로 변경했다. 계기판도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로 변경했다.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정보를 다양하게 표시해 편리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두운 색감 일색이라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넓은 뒷자리 공간은 여전하다.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은 유지하면서 여기에 슬라이딩 기능을 추가해 앞뒤로 최대 160mm까지 움직일 수 있다. 다만, 비교적 짧은 허벅지 받침 부분과 리클라이닝 정도에 따라 각도가 불편하게 변하는 뒷자리 암레스트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전에 비해 늘어난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을 폴딩 할 경우 최대 1794리터까지 확장 가능하고 폴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다. 뒷좌석 폴딩은 이전의 60:40 분할 방식에서 40:20:40 분할 방식으로 변경해 필요에 따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뿐만 아니라 도어 포켓 등 실내 수납공간 크기도 이전 대비 17% 커져 실내 사용성이 좋아졌다.

이날 경험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정말로 다재다능했다. 특히, 오프로드에서 보여준 능력은 그저 ‘엔트리급 랜드로버’라는 인식을 완전히 깨버렸다. 이 브랜드가 오프로드에서 얼마나 진지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2500kg까지 가능한 견인력도 이 차가 가진 재주 중 하나다. 그와 동시에 뛰어난 정숙성을 바탕으로 도심에서 일반적으로 타고 다닐 도심형 SUV로도 손색이 없는 차량이라는 점은 이 차의 큰 장점이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시작가격은 6230만원이고 이 날 시승한 D180 SE 모델은 트림 중 가장 비싼 727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상과 새롭게 개발한 플랫폼, MHEV 파워트레인, 새롭게 탑재된 편의사양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cdyc37@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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