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5] “차 갖고 다니기 힘들어서 팔아 버렸어요”

이다정 기자 2018-09-21 07:47:27
도로 변에 주차돼 있는 차량들
파리는 평행 주차의 달인들이 모인 곳이다. 도로 변에 일렬로 주차돼 있는 자동차 행렬을 보고 있자니 입이 떡 벌어진다. 어떻게 집어 넣었는지 모를 정도로 앞 차와 뒤 차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주차를 하는 방법도 과감하다. 빈자리가 보이면 망설임 없이 한 번에 집어 넣는다. 골목이 좁아서 뒤따라 오던 차는 앞 차가 주차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길까 애지중지하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다.

“네 바퀴만 달려 있으면 됩니다. 엔진만 제대로 돌아가면 되죠 뭐.” 파리에 살고 있는 한 시민에게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하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날아온 대답이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근데 파리에 살면서 차를 살 생각은 없어요. 유류비도 비싸고 주차 공간도 많지 않아서 팔아 버렸거든요”
퇴근 시간대의 파리 시내

프랑스에서 지낸지 열흘 째 비싼 유류비와 주차비, 부족한 주차 공간을 직접 경험하니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파리에 도착한 사흘 째 되는 날 렌트카를 받자마자 난감했다. 숙소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차장에 빈자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이 있는 곳에 주차비를 알아보니 하루 최대 7만 원 가량이다. 결국 세느강 건너편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주차로 고생한 이후엔 무조건 ‘인디고(INDIGO)’ 라는 팻말이 붙은 주차장을 찾아 다녔다. 파리 시내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유료 주차장이다. 도로 변보다 주차비는 비싸지만 주차 스트레스 없이 빈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로 변 주차는 선 결제 시스템이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주차한 자리로 돌아와 추가 결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인디고 주차장은 나갈 때 기계로 한꺼번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라 번거롭지 않다. 오페라나 샹젤리제 등 주요 도심에서 6시간 주차하는 동안 주차비는 30유로(한화 약 3만9000원) 정도 나왔다.
공유 자전거. 연두색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 하늘색 자전거는 전기 자전거다.

사실 파리는 도시 크기도 작고 대중교통 연결편도 촘촘한 편이라 차 없이도 잘 다닐 수 있다. 타던 차를 처분했다는 그는 “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면 주차 자리도 마련돼 있으니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파리 도심 안에는 공유 자동차 외에도 그의 발이 되어 줄 여러가지 탈 것이 있다. 파리 도시 안에는 자전거, 스쿠터, 킥보드까지 다양하다.

공유 서비스에 기반한 이동 수단이 많은 이유는 파리시의 적극적인 정책 때문이다. 현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대기 오염에 대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대기 오염의 원인으로 화석 연료 자동차를 지목하며 디젤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몰아내기에 의욕적이다. 오는 2024년까지는 경유차, 2030년까지는 휘발유차를 퇴출시키기로 목표를 정했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안을 내놓고 있다.
비어 있는 공유 자동차 칸

구체적으로는 친환경 이동수단(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자전거 등) 보조금 지급, 전기차 이용 시 주차장 무료 등이 있다. 한 예로 르노 전기차 조에(zoe)를 구입하는 경우 보조금 6000유로(한화 약 790만 원)를 지원한다. 여기에 디젤이나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는 경우 3000유로(한화 약 400만 원)를 추가로 지원한다. 총 9000유로(한화 약 118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달고 시장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자전거 사용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이를 둘러싼 주요 정책을 두고 파리 부시장 브뤼노 질뤼아르(Bruno Julliard)는 이달고 시장과 갈등을 빚어 최근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관련 정책들을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중이다. 쥘리아르 전 부시장은 파리의 전기차 공유 서비스 ‘오토리브(Autolib)’와 공유 자전거 ‘벨리브(Velib)’의 실패와 관련해 이달고 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운영난을 이유로 파리시의 공유 자동차 서비스와 공유 자전거 서비스의 운영 관리 업체가 모두 바뀌었다. 지난 2007년 1만대 자전거로 시작한 공유 자전거 서비스 벨리브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자전거와 관련 시설이 깨끗하다. 운영 업체가 바뀌면서 새로운 자전거로 교체 중이기 때문. 당초 4~5월까지 모두 교체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교체 작업중이다. 새로운 자전거에는 잔여 대여 시간 등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와 핸드폰 거치대 등을 새롭게 달았다. 

파리시에는 우베쿠(Ubeeqo), 커뮤노토 (Communauto), 집카(Zipcar) 등의 공유 자동차 서비스가 있다. 이를 한 번 이용할 경우 평균 7대의 차량의 온실 가스 배출 및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파리시는 설명한다. 또 서비스 이용 비용이 차량 소유 비용(보험, 유지 보수, 주차 등)보다 적은 것을 강조하며 공유 자동차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파리=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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