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1] “파리에서 한 달 살아볼래?”

20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파리
한 달 동안 현장에서 보내는 생생한 소식
오토캐스트 특집기획 '파리에서 한 달 살기'
이다정 기자 2018-09-13 07:56:31
9월 12일 오후 1시. 요즘 우리나라 날씨와 비슷했다.
“파리에서 한 달 살아볼래?”

회의 중 잠깐 나왔던 황당한 기획이 현실이 됐다. 올 10월 초 열리는 파리모터쇼에 앞서 한 달 쯤 ‘그 곳’에서 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곳 파리는 사실 우리나라에선 잘 통하지 않는 해치백과 왜건 투성이다. 꽁무니는 왜 그렇게 깡똥한지 세단과 SUV에 익숙해진 눈으로 해치백을 바라보면 어딘가 모르게 못 생겼다. 그런 차를 파리에서(특히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 곳 사람들이) 많이 타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두고 말이다.

자동차는 문화를 비롯해 정치, 경제, 역사, 기후 등 그 나라 또는 지역의 전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자동차의 특색을 만든다. 단편적인 예로 볼보가 안전에 집착(?)하게 된 배경이 추운 겨울과 도로 사정이 안 좋았던 스웨덴의 환경과 기후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이번 파리 한 달 살기의 취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파리 사람들, 넓게는 유럽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왜건이나 해치백 따위의 차를 만들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느끼고 이해해보기로 했다.

한 달 살기 프로젝트의 시작인 9월 11일.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경유지인 뮌헨 공항까지 비행은 10시간. 영화 두 편, 책 한 권, 잠으로 시간을 보내고 뮌헨에 도착했다. 파리행 비행기로 갈아타서 1시간 가량이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항공사의 기술적인 문제라며 환승 항공편이 취소됐다. 항공사 측에서 다른 비행기를 바로 예약을 해줬지만, 출발은 5시간이나 지연됐다. 파리 예정 도착 시간인 7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저녁을 먹고 뮌헨 공항 곳곳을 둘러 봤다. 늘 잠시 스쳐 지나기만 했던 공간이다. 어디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크게 중요치 않았다. 결항(?) 덕분에 곳곳을 둘러봤다.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BMW의 작은 박물관이다. BMW의 본거지인 뮌헨 답게 공항 한 켠에는 아주 작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보단 전시 공간이라고 보는 게 맞을 수도 있다.)이 곳에는 과거 BMW가 생산했던 거대한 항공기 엔진과 프로펠러가 전시돼 있다. 항공기 엔진과 다양한 크기의 프로펠러, 스크린이 거대한 프로펠러와 터빈 조형물을 둘러싸고 있다. 

저녁을 먹고 공항 한바퀴를 천천히 둘러 보니 파리로 떠날 시간이 됐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일행과 함께 피곤에 지친 몸을 질질 끌고 미리 예약해 뒀던 시트로엥 C4 피카소를 타러 공항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네 명의 한달 치 짐을 거뜬히 싣고 숙소로 갔다. 깜깜한 새벽이 되어서야 숙소 앞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 양쪽에는 차들이 일렬로 평행 주차돼 있어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공간만 남아 있었다. 워낙 빽빽하게 주차돼 있어 차와 차 사이에는 사람 한 명도 지날 수 없을 정도다. 

길었던 하루가 지나고 아침에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왔다. 파리에서의 첫 아침이다. 길을 걸으며 살펴 본 파리의 도로는 오묘하다. 자유 분방한 듯 하지만 은근한 질서가 있다. 도로 변 주차가 일상이지만 오차 없이 일렬로 평행 주차한 차들에서 마치 테트리스 막대 조각을 이어붙여 놓은 듯한 각잡힌 질서를 느낄 수 있다. 차 두 세대가 지나갈 넓은 도로에는 1차로, 2차로를 나누는 선이 없지만 차들끼리 엉키지 않고 물흐르듯 지나간다. 아 이곳이 파리구나.” 

(PARIS#2에서 이어집니다)



파리=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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