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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테슬라 모델S P100D, 일반차의 전형을 탈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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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을 처음 마주했을 때가 떠올랐다. 동그란 홈버튼 하나만 남은 휴대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테슬라 모델S를 받고서 그 때 그 기분을 느꼈다. 차 안을 살펴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시동 버튼도 없다. 커다란 태블릿 하나만 중앙에 떡 하니 놓여 있을 뿐이다. 독특한 외모에 뭔가 빠진 듯한 단순한 실내, 여기에 주행 성능과 질감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달랐다. 자동차의 전형을 탈피했다.

테슬라 모델S 중에서도 끝판왕 버전이라고 부르는 고성능 트림 ‘모델 S P100D’를 시승했다. P는 퍼포먼스, 100이라는 숫자는 100kwh 배터리 용량을 의미한다. 최고속도 250km/h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2.7초다. 압권이다. 포르쉐 918스파이더 ,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츠 등 쟁쟁한 슈퍼카들과 맞먹는다. 차이가 있다면 그르렁 거리며 도로에 바짝 붙어 가는 그런 차들과 달리 비교적 얌전하게 생겼다는 것. 그리고 너댓 명이 편하게 앉아갈 수 있다는 것.

테슬라가 기존의 차와 가장 큰 차이는 고성능 모터의 가속감이다. 좀 달린다는 내연기관차들과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제로백 2.7초를 경험할 수 있다는 루디크러스(Ludicrous) 모드에 두고 가속 페달을 꾹 밟는 순간 모델 S P100D는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훅 튀어나간다. 잠시 머리에 피가 뒤로 쏠리는 느낌이 들면서 현기증을 느낀다. 엔진음이나 배기음, 변속감이 전혀 없는 채로 미끄러지듯 가속하니 자동차에 탄 것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

한계치를 더욱 끌어 올려 달리고 싶다면 루디크러스 모드 버튼을 길게 눌러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된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로 변환하기 전 차의 태블릿 화면에는 ‘정말로 한계치를 끌어올리시겠습니까? 이 모드는 모터와 기어박스,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라는 팝업창을 띄워 한 번 더 확인 절차를 거친다. 확인 버튼을 눌러도 해당 모드로 달리기 위해선 1분 이상 차를 달굴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를 마치고 달리면 이 차의 제로백은 2.4초가 된다.

일반 주행에서는 볼트 EV, 아이오닉 EV 등의 전기차와 비슷한 주행감을 경험할 수 있다. 주행 모드, 스티어링 휠 등의 설정을 모두 표준으로 바꾸면 스티어링 휠이 보다 가벼워지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급격히 속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정체 구간이 잦은 곳에서 굳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 페달 하나로 운전하기에 유용하다. BMW의 i3에서 강조하던 원페달 시스템과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은 직진성이 좋은 편이며 서스펜션 높낮이를 조절하면 고속 주행 시 떨림과 출렁거림을 줄여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미래지향적이면서 단순하다. 외관은 주로 곡선 위주의 매끈하고 날렵한 형태다. 전면부는 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고 풀 LED 헤드램프와 가운데 붙어 있는 테슬라 앰블럼이 돋보인다. LED 헤드램프는 지능형이라 야간이나 커브길에서 스스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한다. 특히 이 차에는 엔진이 없고 배터리가 하단에 깔려있기 때문에 트렁크가 앞에도 있다. 차 모양 키의 보닛 부분을 두번 누르면 앞 트렁크가 열린다. 앞 트렁크는 백팩이나 간단한 짐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의 공간이다.

곡선을 많이 썼던 앞모습에 비해서 옆 모습은 직선으로 쭉 뻗은 선들이 눈에 띈다. 또 크롬 장식을 듬뿍 사용했다. 사이드 미러 아래쪽과 도어 핸들 뿐만 아니라 옆 유리 전체를 크롬으로 두껍게 감쌌다. 도어는 프레임이 없는 형태, 자동 전개식의 도어 핸들을 적용했다. 자동 전개식 도어 핸들은 보통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부 고급차에 쓰는 방식이다. 주행을 하거나 주차 시에는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가 도어 핸들을 살짝 건드리면 나오는 방식이다.

후면부는 LED 테일램프를 사용했고 가운데 테슬라 철자가 두꺼운 크롬 막대를 가로 지르고 있다. 또 트렁크 위쪽에는 속도 안정성을 높여주는 카본 스포일러가 있다. 이는 취향에 따라 장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트렁크는 뒷유리까지 함께 열리는 패스트백 형태다. 용량은 894L이며, 60:40으로 뒷좌석 폴딩이 가능해 필요하면 트렁크를 더 넓게 쓸 수 있다. 아울러 21인치 타이어와 함께 고성능의 상징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를 끼웠다.

외관의 마무리는 다소 아쉽다. 측면부 크롬 장식 연결 부위 등 군데군데 단차가 꽤 심한 곳들이 눈에 띈다. 뭉침 현상이 곳곳에 보이며 도장 상태도 깔끔한 편은 아니다. 모델 S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79mm, 1964mm, 1435mm로 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 정도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부분이 유난히 넓은 차량 폭인데 실제로 제원을 살펴보니, 모델 S의 차 폭은 S클래스 보다도 64mm 정도 더 크다.

실내는 구성이 단순하다. 17인치 디스플레이와 컵홀더 등의 수납공간 정도가 끝이다. 시동 버튼도 없다. 차량의 모든 기능은 17인치 디스플레이에 들어가 있다. 에어컨, 라디오, 내비, 검색, 주행 관련 기능 등 거의 모든 것을 화면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운전을 하기 전에 기능의 위치나 조절법 등을 어느 정도 익혀둬야 주행 중에도 집중을 뺏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실내 소재는 카본, 가죽 등 꽤 고급스러운 것들이 쓰였는데 구성이 단순해서 그런지 고급스러움이 시각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촉감으로 전해지는 고급감이 더욱 크다.

운전대는 굉장히 큰 편이다. 제로백 2.7초라는 스포티한 성격을 생각하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반면에 시트 포지션은 매우 낮고 시트는 등과 옆구리를 잘 잡아준다. 기어 변속은 벤츠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데, 운전대 뒤 쪽에 있는 오른쪽 레버로 P, R, N, D를 조절하고, P는 레버 머리 부분에 버튼으로 있다. 시동 버튼이 없는 모델 S는 P 버튼을 누르고 내려서 문을 닫으면 알아서 시동이 꺼진다. 또 주행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만 바꾸면 바로 움직인다. 시동을 껐다 켰다 하는 동작이 필요 없다.

왼쪽 레버 아래 쪽에는 짧은 레버가 하나 더 있다. 이 레버로 오토파일럿, 즉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의 반자율주행은 양산차들 중에서도 꽤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차량 곳곳에 달린 센서와 카메라가 작동해 계기판에 앞, 뒤, 옆 차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오토파일럿을 켜고 주행하는 동안엔 모터로 운전대를 강력하고 확실하게 잡아준다.

뒷좌석은 루프라인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임에도 헤드룸은 꽤 넉넉한 편이다. 시트는 푹신하고  매우 부드러운 편이다. 특히 시트 등받이 가운데는 살짝 들어가 있어 푹신한 쇼파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든다. 유아 카시트를 설치할 수 있는 ISOFIX는 2개 마련돼 있다. 이 외에 뒷좌석에는 따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은 없고 송풍구 정도만 있다.

테슬라 모델 S P100D는 환경부 기준 1회 완충시 424km 주행 가능하다. 시승하는 동안 충전은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 위치한 수퍼차저(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기)에서 해결했다. 수퍼차저 이용 시에는 별도의 결제 과정 필요 없이 충전기를 갖다 꽂으면 된다. 수퍼차저로 끝까지 충전하는 데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테슬라는 2018년 7월 현재 국내에는 17곳의 수퍼차저 스테이션을 비롯해 158곳의 데스티네이션(완속 충전기) 충전소를 라이프스타일 거점 곳곳에 마련해 운영 중이다.

테슬라 모델 S P100D는 힘을 준 곳과 뺀 곳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성격이 확실한 차였다. 1억이 넘는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외관이나 실내 마감 수준은 아쉽다. 반면, 높은 완성도의 반자율주행 기능과 더불어 주행감, 운동 성능 등은 매우 인상적이다. 일반 내연기관 차와 운전하는 방식이나 느낌이 모두 다를 뿐 아니라 조용한 모범생 이미지의 일반 전기차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테슬라가 완전히 다른 차를 만들었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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